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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재미있게 한 일들(feat. 코로나19)

2020년 연말정산

우와~  이렇게도 한 해가 가버릴 수가 있구나?

벌써 내일이면 2020년도 끝.  올해처럼 우리집 내 방에서 오래 머물렀던 적이 있었던가?   적어도 회사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처음인 것 같아~~   도대체 뭘 하고 1년이 훅 지난거야~~?


하지만 되돌아보니 그랬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재미있던 일들도 있었다.  그 중 제일 재미있었고, 끝내 놓고 보니 보람차고 뿌듯한 기분이 드는 3가지 일들.  2020년의 마지막날을 하루 앞두고 브런치에 정리해 본다.


첫째, 법을 공부하다


지난 5년간 P2P금융기업 렌딧을 홍보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금융은 정책과 제도, 법이 정말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이다.  하물며 우리산업에 대한 법이 만들어지고 보니, 법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무언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이라는 것이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문장으로 쓰여져 있다는 점이다.

어느날 앞으로 P2P투자 모집을 토스나 카카오페이에서 못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법 조문을 다 뒤져봐도 어디에도 저런 이야기는 없었다.  결국 회사 컴플라이언스팀에 문의해 봤고, 이 내용과 관련있는 법 조항을 알아보니 이 내용과 관련된 법 조항은 아래와 같았다.


온투법 제15조(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의 업무위탁)

1항)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필수적인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제삼자에게 위탁하여서는 안된다.


시행령 제15조(위탁이 금지되는 업무법위 등)

1항)법 제15조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란 다음 각 호의 업무를 말한다.  다만, 이용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로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업무는 제외한다.
1. 준법감시인의 업무
2. 내부감사업무
3. 위험관리업무
4. 차입자에 대한 정보의 사실 확인 및 신용위험의 분석.평가업무
5. 연계대출계약의 심사.승인 및 계약의 체결.해지 업무
6. 투자자 모집, 연계투자 계약 신청의 접수 및 계약의 체결. 해지 업무


아~  그래에?   이런거였어?  

그러니까 온투법 제15조에서 온투업자(P2P금융기업)의 업무위탁 범위를 대통령령(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해 놓았고, 시행령 제15조 제1항 제6호에서 P2P금융의 투자자 모집과 연계투자 계약 신청의 접수 및 계약 체결과 해지 업무는 제3자에게 위임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카카오페이와 토스에서 P2P투자를 모집할 수 없다는 거였어?  


와~ 좌절!!   이렇게 하면 나 앞으로 어떻게 기자분들의 취재에 빠르게 응할 수가 있지?  안되겠다.  그래!!  내가 온투법 조항을 하나하나 씹어 먹어 보자!!   그래서 결국 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감독규칙, 시행세칙을 모두 PDF로 다운 받아 밑줄 치고 별표 치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글을 읽으면서도 무언가 번역기가 필요한 것만 같은 법조문을 끼고 노오력한 결과는 렌딧 블로그<온투법 탐구> 시리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관련 조항을 공부해 정리한 후, 컴플라이언스팀의 리뷰를 거쳐 블로그에 올렸다.  장하다 꼬날!  ㅎㅎ   그리고 온투업 등록 준비 등으로 본인도 정말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꼬날의 온투법 공부를 도와준 우리회사 컴플라이언스팀 키미(kimmy)에게도 감사를!!   



둘째, 검색이 잘되는 블로그로 탈바꿈시키다 (No 키워드 광고)


사실 블로그 쓰기는  일과 상관없이 내 오래된 취미생활이다.  개인적으로 벌써 18년 째 블로그를 쓰고 있는 블로거이고, 가장 재미있어 하는 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렌딧 홍보담당이 되고나서는 좀처럼 회사 블로그에 글 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전까지 담당했던 회사들 대비 언론 관계가 정말 바쁘고 중요한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거의 하루에 한 분 이상의 기자분과 미팅을 했고, 취재를 위한 전화나 카톡 대화도 끊이지 않는 편이다. 꼭 기사화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자료를 만들거나 취재 대응을 할 때도 많고, 온투법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약 2년 간은 업계 관련 미디어 대응도 무척이나 많았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드디어(?) 마침내(?) 시간이 좀 생기기 시작한 것. 봄이 지나면서부터 이전과 대비해 미팅이 확연히 줄어 들었고,  재택 근무를 하는 날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온투법 공부도 하면서 블로그 글쓰기 재료도 가득해졌다.   


그래, 한 3개월만 아주 빡세게 블로그 글쓰기를 해 보자.
하고 싶었었잖아?

막상 처음으로 우리 회사 블로그 관리페이지의 여러가지 통계를 살펴보니, 굉장히 뚜렷하게 목표의식도 생겼다. 바로 검색이 잘되는 블로그를 만들어 보자는 목표였다.   우리 회사 블로그는 꾸준히 잘 관리되어져 오고 있었지만, 검색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통계 페이지를 살펴보면 블로그 유입이 가장 많은 채널은 네이버 통합검색이나 네이버 모바일 검색인데, 막상 유입된 검색어를 보면 '왜 이 키워드를 검색했는데, 우리 블로그가 검색됐지?'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3개월 안에 '유입 검색어를 보면 우리 블로그에 어떤 콘텐츠를 읽기 위해 방문한 것인지가 명확한' 블로그로 렌딧 블로그를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꼬날의 검색이 잘되는 블로그 만들기 프로젝트 To Do

1. 집중할 키워드 선정  
- 조사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원하는 키워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베리에이션하며 몇가지 키워드를 골랐다.

2. 키워드를 고려하며 블로그 구조를 다시 디자인
- 블로그 제목이나 세부 카테고리명, 블로그 프로필, 블로그 설명 등을 다시 구성

3. 새로운 카테고리에 맞춰 기존의 글 재정리, 필요한 경우 기존글의 제목들도 새롭게 수정

4. 새로운 글쓰기 시작
-  검색이 되기 원하는 키워드들을 잘 정리한 후,  제목과 본문 곳곳에 배치하며 읽기 좋은 글쓰기
-  대명사보다는 고유명사로 쓰기.  같은 단어가 반복되더라도 읽기 좋은 글쓰기
-  다양한 언어로 검색이될 가능성이 많은 경우,  되도록 모든 언어로 병기하기
-  글과 글 사이를 쉽게 오가며 읽을 수 있도록 링크를 활용하기
-  계획을 세워 짧은 기간 동안 잦은 빈도로 새로운 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이 정도의 간단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블로그 글쓰기에 돌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입 검색어가 깔끔해지기 시작했다.  2달 정도 후에는 누가 봐도 왜 우리 블로그에 들어왔는지 명확한 유입 경로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대다수의 검색 유입어를 검색했을 때 렌딧 블로그가 가장 먼저 검색되거나 상위 랭킹, 검색 첫페이지에 보여지고 있다.  가끔은 유료광고인 파워링크 바로 아래 위치하거나 통합검색이 아닌 View 검색에 보여지기도 하지만, 해당 검색어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 바로 눈에 띄기 충분한 결과다.   물론 광고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목표 달성!!    올해 블로그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김에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기회가될 때 마다 글쓰기를 지속해 볼 계획이다.   

 

 


셋째, 산업 트렌드 리포트를 만들다


렌딧 홍보를 시작한 후에는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일평생 한 번도 관심을 가져 보지 않았던 금융이라는 분야인데다, 앞서 쓴대로 여긴 정말 법과 정책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학맹인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숫자도 많이 나온다. 그것도 소수점 두자리, 세자리는 보통이다.  

P2P금융이 워낙 새로운 산업이다 보니 산업 관련 정보도 한국어로 된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거의 영어로된 자료들이 많은데다 어려운 금융 또는 경제관련 용어들이 많고, 산업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달러나 유로를 원으로 환산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사실 이렇게 많은 숫자들을 앞에 놓고 보면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회사의 정말 여러 사람들을 단체로 들들 볶으며 지난 5년간을 일해 왔다.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보낸 5년을 돌아보니 나쁘지만은 않은 듯.  새로 알게된 내용들도 많고, 그렇게 관심없던 금융에 대해서도 관심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올해는 특히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2021년을 혼자서 상상하며, 이 가깝지만 많이 새로운 미래를 그려낼 수 있는 새로운 용어, 새로운 연구, 새로운 트렌드들을 찾아 많이 헤매고 다녔다.  물론 구글링을 타고 한 웹 여행이다.  


11월 중순이 되면서 문득 생각했다.  기존 금융권보다 우리가 먼저 접하고 공부하게 되는 새로운 기술 금융 트렌드에 대해서 리포트를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래서 만들게 된 <렌딧 트렌드리포트 2020 - 2021 대체금융이 온다!>   


렌딧 트렌드리포트 만들기 프로젝트 To Do


1. 주제 선정
- 주제는 대체금융(Alternative Finance)으로 정했다.  대체금융(Alternative Finance)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 외부에서 부상하고 있는 기술 기반의 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금융 서비스를 의미한다.  나는 이 용어가 핀테크(FinTech)나 테크핀(TechFin)을 금융산업의 관점에서 풀어낸 용어라고 생각됐다.

2. 자료 서치 및 정리
- 기존에 찾아 두었던 자료들도 많이 있었지만, 막상 제대로된 리포트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보니 빈틈이 많아 보였다.  대체금융(Alternative Finance)이란 무엇인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현재 내가 찾아낸 자료들이 최신의 자료들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3. 출처 및 활용 가능 여부 확인
- 대체금융(Alternative Finance)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산하의 연구소인 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 의 리포트를 발견하고서부터다.  작년에  2016년에 발견한 이 리포트를 발간한 CCAF에서 렌딧에 서베이 참여 요청 이메일이 왔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다행히 CCAF 의 연구원 중에 한국인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 연구원분께 연락해 자료 활용에 대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4. 리포트 기획 및 페이지 구성
-  찾아 놓은 자료들을 정리하고 번역하며 리포트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페이지를 구성했다.

5. 원고쓰기
-  열심히 썼다.  ㅎㅎ

6. 숫자 검증 및 환율 변환
- 처음에는 세계 산업 규모나 그래프 등을 모두 영국이나 미국에서 나온 자료대로 달러로 표기했다. 그런데 이 산업이 얼마나 큰 산업인지, 미래가 얼마나 기대되는 산업인지 확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모든 숫자를 자료를 작성한 2020년 12월 1일 현재 원화 단위로 환산했다.  엄청 큰 숫자가 엄청 많은 자료였기 때문에, 혹시라도 틀린 부분은 없는지 정말로 꼼꼼하게 확인했다.

7. 렌딧 자본시장팀의 금융전문가들과 자료 리뷰
- 우리회사에는 금융회사 출신의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작성한 원고와 숫자들은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리뷰하고, 잘못된 번역은 없을지, 내용이 새롭고 재미있는지 등의 피드백을 받았다.  바쁜 중에도 번역도 도와주시고 함께 리뷰하며 좋은 피드백을 해 주신 우리회사 지니, 소피, 스카이에게 감사 감사!

8. 디자인 작업

9. 배포할 대상 리스트업 & 배포
-  배포는 우리회사 제이슨이 도움을 주었다.  매우 급하게 엄청 많은 이메일 주소를 전달해 드렸는데,  한 분 한 분 잘 받으실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 감사.   


원래는 이번 한 번만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만들다 보니 이런 산업 트렌드 리포트를 만드는 작업이 매우 적성에 맞는다는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ㅎㅎㅎㅎ     사실은 예상보다 시간도 훨씬 많이 걸렸고, 자료를 검증하거나 숫자를 확인하는 작업 등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리포트를 받으신 많은 분들이 회신도 해 주셨고, 추가로 구독 신청을 해 주신 분들도 있다.   뿌듯한 기분!




길게 쓰려던 글이 아니었는데,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정말 긴 글이 되었다.  올 초만해도 '올해는 내 개인 브런치도 열심히 업데이트해야지.' 결심했었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이렇게 다른 글쓰기들이 많았던 탓에 꼬날의 좌충우돌 PR현장 이야기는 뒷전으로 물러났던 듯 하다.  하지만 역시 한 해의 정리는 블로그 쓰기가 아닐까?     2021년에도 꾸준히 글쓰는 블로거가 되겠다고 결심하며 - 2020년 마지막 브런치글 그리고  <꼬날의 좌충우돌 PR현장 이야기> 88번째 brunch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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