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되고 싶은 건 없다.

에이팀벤처스 고산 대표의 꿈 

2012년 3월, 체스터님과 만나고 싶다는 고산 대표의 연락을 받았을 때  "오~  내가 진짜 우주인 고산을 만나는 거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호기심을 잔뜩 안고 만나러 나갔던 그에게서 뜻 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 고산 대표는 미국에서 접한 테크샵(TechShop)이나 팹랩(Fab Lab) 같은 메이커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와 로켓 만들기를 배우고, 실제로 로켓을 만들어 발사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길 바란다는 희망과 함께!! 


그리고 5년, 고산 대표는 타이드 인스티튜트라는 비영리 법인을 창업하고 세운상가를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에 Fab Lab을 만들며 메이커 무브먼트 (Maker Movement)를 확산시키고 있다. 한편으로, 에이팀벤처스(A.TEAM Ventures)를 창업해 저가의 보급형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메이커(Maker)의 저변이 넓어지기 위해서는 3D 프린터가 대중화되는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번 고산 대표를 만날 때 마다 궁금한 점이 있었다. 왜 3D 프린터인지, 왜 제조업인지, 그리고 왜 하필 세운상가였는지 기타 등등?   그래서 토요일 브런치를 신청해 들어본 고산 대표의 여러가지 이야기들.  



꼬날 :  대표님, 전 늘 우주인 고산이 창업자 고산이 된 계기가 궁금했어요.  


고산 : 러시아에서 우주인 교육을 받으며 '과학 기술 정책'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했어요.  행정가가 되어야겠단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케네디 스쿨에 가기로 결정한거에요.  그런데 우연히 실리콘밸리를 경험하면서 변화가 생기게 되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싱귤레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에서의 경험이에요.  창업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죠. 엄청난 느낌을 받았어요. 


아! 이런걸 만들자.  정부 안에서가 아니라 밖에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게 된거에요.  


 팹랩 서울에서 (출처 : 고산 대표 페이스북)


꼬날 : 그 엄청난 느낌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거였나요?


고산 : 테슬라에도 가고 스페이스X 에도 방문했었어요.  그리고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피터 디아맨디스(Peter Diamandis)를 만나게 되었죠. 


피터 디아맨디스  (출처 : diamandis.com )

피터 디아맨디스는 한마디로 우주에 미친 사람이에요. MIT 출신으로, 우주에 대한 많은 일을 하는 창업가라고 할 수 있죠. 피터 주변에 일련의 그룹이 있는데 그들은 스스로를 Orpahns of Apolo, 아폴로의 고아들이라고 부르며 여러가지 일들을 벌이고 있어요.  그 중 하나가 프랑스에 국제 우주대학(International Space University)을 설립한 거에요.  정책, 기술 등 우주와 관련된 여러가지 분야에 대해 강의하는 곳이죠.  2년 과정의 석사 과정 같은?  X Prize 재단 같은 것도 있어요.  버진 갤럭틱 유인우주선 같은 것들이 피터 디아맨디스가 X Prize 를 만들었기 때문에 비롯된 일들이에요. 그리고 싱귤레리티 대학을 설립했죠.  


우주에 가는 일 같은 일은 정부나 NASA 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피터 디아맨디스나 앨런 머스크, 리차드 브랜슨 같은
개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걸 본거에요.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우주도 역시 아주 멀리 있는게 아니라 우리 삶과 맥이 닿아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던 것 같아요. 



꼬날 : 피터 디아맨디스에게서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 많은 영감 얻으신 것 같은데요.  다른 점은 뭐가 있을까요?  


고산 : 접근법이 달랐을 거에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으니까 이렇게 해야해"라는게 제 생각이었죠. 저는 우주인으로 이미 너무나 많은 걸 받았어요.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부채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비영리법인으로 만들어서 접근한 이유도 무언가 기여를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꼬날 :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통해 정말 많은 일들을 벌여 오신 것 같아요. 창업 인큐베이팅이나 해커톤이나 데모데이 같은 이벤트들, 대학에 창업가 과정 만들기, 메이커 운동 등 ..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더 많이 전해지지 않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고산 대표님이 정치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아요. 


고산 :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걸 꿈꿨던 적이 있고요. 그래서 케네디 스쿨에 갔었던 거니까.하지만 지금은 창업가의 세상인 것 같아요. 자기의 비전과 꿈을 세상 속에 투영해 보고, 그걸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세상.  지금은 저에게 여유가 생긴다면, 오히려 케네디 스쿨 같은 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합니다. 좋은 예비 지도자들이 엄청나게 많이 생겨나고 담론의 수준이 올라 가고, 토론 다운 토론이 만들어 지고 그렇게 되어야 변화가 생길 것이라 기대합니다. 



정치가가 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는 제가 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그런데 저는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되고 싶은 건 없어요!! 



여기까지!!  고산 대표와 나눈 긴 대화 중 몇 조각을 뽑아 써 봤습니다.  고산 대표는 최근에서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방향성이 아주 아주 명확해 졌다고 했어요.  앞으로 더 자주 커다란 꿈과 이상에 대한 이야기 들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해요.  - <꼬날이 간다> 45번째 brunch 끝. 

작가의 이전글 내가 좋아하는 식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