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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Aug 14. 2021

전기밥솥으로 뚝딱! 가지밥 완성

"엄마 밥 더 주세요!"를 외치게 만드는 그 맛의 비결은?

항상 네 식구가 같이 아침밥을 먹다가 셋이서 밥상에 앉으니 뭔가 허전하다. 시댁 조부상으로 남편은 춘천에 며칠째 내려가 있다. 아이들이 아빠의 부재를 조금씩 힘들어한다. (나는 괜찮은데 말이다.) 어쨌거나 온 식구가 다 같이 모여 밥을 먹는, 그 소소한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닌 행복한 거였음을 깨닫는다.


아침은 스크램블과 오이, 고구마, 토마토, 그리고 사과주스로 준비했다. 둘째는 역시나 오늘도 조금 다른 식단. 생고구마와 맛탕 외에는 고구마를 안 먹어서 딱 1개만 줬다. (일관적으로 아예 안 먹는 것도 아니고 이거 원...) 결국 입을 삐죽거리며 오빠에게 양보했지만. 토마토도 방울토마토만 고집하기에, 이 녀석의 접시는 또 다르다. 하여간 취향 한번 까다로운 까칠한 그녀.

조식나왔습니다~ 스크램블과 샐러드



아침을 먹고, 아이들이 분주하다. 오늘은 공룡 목욕시키는 날 이랜다. 한참을 화장실에서 둘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화장실이 난리가 날게 뻔하지만, 그래도 단 30분이라도 둘이 잘 놀아주는 게 백번 낫다 싶다. 역시나 뭐라도 콘텐츠가 있어야 조용한가 보다.

이럴 때는 남매 의기투합 (주로 동생이 진두지휘 하지만)


어느새 점심시간. 오늘의 재료는 가지이다. 그 특유의 물컹한 식감을 극도로 싫어하는 남편이 없으니, 이럴 때 우리끼리 먹자고. 누군가는 그랬다. 가지는 어른의 맛이라고. 하긴 나도 어릴 적에는 가지가 그렇게 맛있는 줄은 모르고 별 감흥 없이 먹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 수록 가지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같다.


신혼여행으로 갔던 파리에서 가지그라탕을 먹었을 때의 그 감격, 그리스 음식점에서 맛보고 반해버린 무사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가지 샐러드, 중식당에서 양꼬치와 같이 먹었던 어향가지튀김 등등.... 참으로 가지라는 식재료는 그 변신이 무궁무진하다. 기존의 내 머릿속의 가지의 이미지가 시골에서 흔히 나는 촌스러운 식재료였다면, 이제는 고급 그것도 최고급 요리에 필수로 등장하는 재료로 인식이 확 바뀌었다. 


아무튼 오늘은 가지밥으로 먹기로 했다. 먼저 파 기름을 내주고, 돼지고기 다짐육을 넣는다. 그리고 가지를 넣고 절반 정도만 익혀주면 끝. 나머지는 전기밥솥에서 익히면 되니까.

가지밥은 이렇게 만듭니다


시간이 흐르고 취사가 끝났다. 이제 필요한 건? 바로 양념장과 들기름. 특히 들기름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고소함의 증폭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가지밥에 있어서 들기름은 '화룡점정'이라고 해두자.

이건 꼭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가지밥은 청순함 그 자체였다. 한 그릇 요리로도 훌륭할 만큼 영양소에서도 그 여느 요리에 비해 뒤지지 않음은 물론이다. 가지를 넉넉하게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취사가 된 밥을 보니 더 넣을걸 후회가 된다. 다음에 가지밥을 한다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낌없이 가지를 넣어야겠다.


늘 밥상에서 눈치를 보게 하는 까다로운 둘째도 가지밥 만큼은 취향저격인가 보다. "아니 아빠는 이렇게도 맛있는 가지를 싫어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니까!"라며 어느새 밥 한 그릇 더를 외친다. 우리 셋 중에 먹는 속도도 제일 빠르다. 부디 매일 이렇게 먹어주면 좋으련만. 첫째야 어떤 요리든 잘 먹기 때문에 당연히 동생을 뒤이어 밥 한 그릇 리필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오이냉국과 같이 먹었는데 둘이 잘 어울렸다. '여름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고 해야 할까.

밥도둑이 따로 없는 가지밥


가지밥을 만들고 남은 돼지고기 다짐육은 소보로로 만들어 놓는다. 양파, 마늘, 파를 넣고 간장, 설탕, 후추, 맛술을 넣고 수분을 확 날려 볶아주면 되는데 이거야말로 정말 만능이다. 어떤 재료든 같이 넣고 볶기만 하면 되는데 두부조림에 넣어도 되고, 볶음밥에 넣어도 되고, 김밥이나 떡볶이에 넣어도 된다. 아무튼 소보로가 있으면 든든하다.

소보로는 사랑입니다



어제의 교훈인 <간식을 미루지 말자>를 되새기며, 오후 3시쯤이 되어 간식을 얼른 준비한다. 티브이에 한번 나와서 유명해진 레시피인 참깨 토스트. 나도 한번 따라 해 봐야지 찜 해 지가 한참 되었는데 이제야 만들어본다.


팬에 버터를 녹이고 설탕과 깨를 첨가한 후 식빵으로 덮어 살짝 눌러주면 끝. 간단하지만 맛은 끝내준다. 좀 더 심화된 맛을 원한다면 계핏가루를 첨가해도 좋다. 어른이었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는 게 필수였겠지만, 초등학생들은 아몬드유와 같이 먹는다.


바삭바삭함이 생명인 참깨 토스트는, 튀김 망에 올려놓아야 눅눅해지지 않고 끝까지 바삭하게 먹을 수 있다. 고소함과 달콤함이 온 입을 감싼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이 조화. 좋겠다 너희들은 살찔 걱정 없어서.



저녁은 떡볶이 파티이다. 역시나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한다. 아이들은 알리오올리오 떡볶이, 어른들은 매콤한 콩나물+보리새우 떡볶이. 어쨌거나 양 쪽에서 보리새우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왼쪽이 알리오올리오 떡볶이 재료, 오른쪽이 매콤 버전 떡볶이 재료


먼저 알리오올리오 떡볶이. 엑스트라버진올리브유에 마늘을 볶아주고, 보리새우와 베이컨도 추가한 후 볶는다. 마늘을 태우지 말아야 하는데 백발백중 태우는 이 성질 급한 요리사. 여기에 떡을 넣고 마저 볶아주면 완성.

떡볶이 1


동시에 어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떡볶이도 준비한다. 콩나물과 어묵, 그리고 보리새우와 대파까지. 냉동실에 아껴둔 시판 떡볶이인데 몇 가지 재료를 추가해서 또 색다르게 먹어본다.

떡볶이 2


이렇게 정신없이 완성된 두 가지 버전의 떡볶이. 과연 그 맛은 어떨까? 한눈에 보기에도 매운맛과 순한 맛이 구분돼서 재미있었다.


알리오올리오떡볶이를 접한 아이들의 표정이 영 어리둥절하다. 이게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 친절한 재료와 조리과정 설명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마늘'이라는 말을 듣고 벌써 오만상. 역시 그럼 그렇지. 결국은 마늘은 회수한다. 베이컨과 떡만 먹겠단다. 반면 첫째는 제법 알싸한 마늘도 잘 먹는다. 역시 네가 먹을 줄 아는구나.


콩나물과 보리새우를 넣은 떡볶이는 역시나 감칠맛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아, 이 맛이지!" 2인분씩 포장된 떡볶이를 먹기 위해서라도 남편이 있긴 있어야 하나보다.


가래떡 같이 두툼하면서도 쫄깃한 쌀떡은 언제 먹어도 참 좋았다. 예전에는 밀떡을 훨씬 선호했으나,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서 가능한 쌀떡을 고른다. 물론 여전히 밀떡이 더 맛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후식 배도 엄연히 따로 존재하는 법. 냉장고에서 며칠 동안 푹 후숙 시킨 복숭아는 진정 꿀맛이었다. 그야말로 순삭. 역시나 우리 집에서는 딱복(딱딱한 복숭아)보다 말복(말랑한 복숭아)이 더 인기가 많다. 쓰리이의 더 없냐는 원망의 눈빛을 피하느라 힘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게 1인 1과는 기본인데, 꼴랑 복숭아 2개로 넷이 나눠 먹은 거니 부족할 수밖에. 내일은 아무래도 시장에 가서 아무래도 과일 한 바구니 사 와야겠다 싶다. 그때는 원 없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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