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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Jul 26. 2021

당근과 햄만 있으면 끝! 그럴듯한 핫도그 완성

최소한의 재료로 이런 맛이 가능하다고?

당근라페를 잔뜩 만들어 둔 탓에 오늘 아침메뉴는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바로 당근라페 핫도그~ 물론 샌드위치로 먹어도 되지만 재료가 더 많이 들기에 이번에는 더 간단하게 먹어보기로 했다. 바로 핫도그빵 그리고 햄 두 가지만 더 준비하면 되는 이른바 초간단 아침식사 메뉴.

조식나왔습니다~  


당근라페는 홀그레인 머스터드가 핵심이다. 그냥 허니머스터드로는 이 맛이 안 난다는 사실. 여기에 고수를 추가하니 더 맛이 환상적이다. 물론 아이들은 절레절레하며 싫다고 했지만. 핫도그 빵을 반으로 가르고 넉넉하게 당근라페를 올려준다. 그리고 소세지를 넣어주면 완성.


앗 그런데 딱 하나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두께가 너무 두꺼워져서 도무지 핫도그가 닫히질 않는다는 것. 이럴 때는 샌드위치픽으로 고정해주면 걱정 끝~ 걱정이 안도로 순식간에 바뀌는 순간이다. 아삭아삭한 당근과 소세지의 만남은 마치 천생연분처럼 참 괜찮았다.

쉬우면서도 맛있는 당근라페 핫도그


아이들은 잼 샌드위치로 준비했다. 이때 소세지는 칼집을 내어 구워준 후 젓가락에 끼워 주면 마치 캠핑 느낌이 물씬 난다. 여기에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해쉬포테이토와 야채 주스도 곁들이니 이만하면 아침 식사로 손색없다 싶었다. 물론 여기에 샐러드까지 더했더라면 좀 더 브런치카페 느낌을 충만하게 살렸겠지만 말이다.

섬세한 칼집이 포인트! 소세지구이



부지런히 아침밥을 먹고 오래간만에 베이킹을 시작한다. 각종 가루류와 견과류로 난잡해진 냉장고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얼마 전에 대대적인 냉장고 정리를 했다. 여름이면 쌀통이 냉장고에 들어가야 하니 더더욱 비좁아진 냉장고를 보며 절로 한숨이 나왔다.


고민 끝에, 쌀통을 10kg에서 5kg으로 크기를 줄이고, 투명 용기를 트레이와 함께 세트로 된 것들을 큰 맘먹고 구매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는 것! 재료를 한눈에 보기도 편하고, 찾기도 편해졌다. 역시 돈 쓴 보람이 있었다.


아무튼, 선물용 베이킹으로 단골로 등장하는 레시피인 찹쌀파이가 오늘도 어김없이 선택되었다. 오후에 친정에 갈 건데 가는 김에 근처 사는 조카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서다. (우리 조카들은 나 보다 빵을 더 반가워한다. 빵이 손에 들려있지 않으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그 솔직한 모습이란. 짜식들) 이모가 구운 빵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덕에 빵 구울 맛이 난다.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해 빵만 전달하고 바로 헤어져서 아쉬웠지만, 이모의 마음은 전달되기를 바라며.

눈 감고도 만들 수 있는 찹쌀파이



생각해보니 남편의 점심밥이 걱정이다. 냉장고를 스캔해보니 다행히도 전날 먹고 남은 제육볶음과 야채 썰어둔 것이 남아있음을 발견한다. 아하! 그렇다면 제육볶음밥이로구나~ 거의 손 안 대고 코 푼 기분이다. 야채 같은 경우 처음부터 손질하고 썰고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이건 뭐 다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새로운 요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냉파 요리를 하는 게 훨씬 더 짜릿하다. 애매하게 남은 잔반도 처리하고, 얼떨결에 점심 메뉴도 탄생하고 이런 게 바로 일석이조 아니던가! 여기에 계란과 치즈만 더해주면 제법 훌륭한 한 그릇 요리의 완성이다. 여름이라 실온에 두면 혹시라도 상할까 봐 냉장고에 넣어둔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라고 잘 일러두고 이제 친정으로 출발~

재택근무자의 점심밥도 준비하는 친절한 마눌님



분명히 전화 통화로는 "날도 덥고 그냥 떡국 하나 간단히 끓여서 먹자"라고 약속해 놓고서는 이렇게 또 한 상 가득이다. 하여간 친정엄마들의 새빨간 거짓말이란. 이 중 머위잎 부침개는 처음 먹어봤는데 특유의 쌉쌀함이 덕분인지 정말 매력적인 맛이었다. 머위는 그동안 나물로만 먹어봤지 이렇게 잎도 먹는 거라니!


사골국물 떡국을 주인공으로 마약 계란장, 두부조림(어릴 때 도시락 반찬으로 엄청 좋아했던 추억의 음식), 멸치 꽈리고추볶음 그리고 오이지까지! 이건 뭐 한정식집 인가 싶다. 역시나 친정에서 먹는 밥은 꿀맛이다.

친정엄마표 '간단한' 집밥 클라스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윷놀이 한 판이 벌어졌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엎치락 뒤치락 그 결과가 참 예측불허이다. 왜 꼭 할머니네 집에만 오면 아이들은 윷놀이에 푹 빠지는 건지 모르겠다.


날은 찌는 듯 덥지만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자 잠시 집 앞마당에 나가본다. 방울토마토와 깻잎을 따며 잠시 농장체험을 해 본다. 여기는 분명 서울 한복판인데,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어 웃음이 난다. 별거 아닌 일에도 신나 하는 아이들. 텃밭에 나오니 이제 여름방학인 게 실감 난다고 조잘거린다.


결코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고추, 방울토마토, 깻잎 그리고 고수와 루꼴라까지! 제법 실속 있는 텃밭이다. 이렇게 마당에서 식재료를 공수할 수 있다니, 정말이지 나의 꿈이다. 언제 마당이 있는 그리고 텃밭이 있는 집에 살 수 있으려나. 마음속에 늘 로망으로 품고 있다.

방학하면 역시! 첫 번째로 할 일은 <할머니네 집 놀러 가기>



잘 먹고 잘 놀고 돌아오니 벌써 저녁시간이다. 오는 길에 정육점을 잠시 들러 삼겹살을 사 왔다. 왜냐고? 월급날이자 불금이라서! 한 달 동안 애쓴 남편을 격려하는 데는 고기만 한 게 없다. 비록 기름이 여기저기 사방으로 튀겨 강제 청소가 예약되어 있지만, 그래도 삼겹살 파티는 쓰리이를 춤추게 한다.


후다닥 있는 재료로 된장찌개도 끓이고, 오이와 아삭이 고추도 준비한다. 정육점에서 덤으로 준 파절이가 왜 이리도 반가운지! 덕분에 일거리 하나 줄었다.


우리 가족은 상추에 쌈 싸 먹기보다 무쌈을 더 선호한다. 특히 여기에 고추냉이를 살짝 올려서 먹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 게 없는 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정신없이 한쪽에서는 고기를 구워대며 쓰리이의 먹는 속도를 부지런히 따라잡는다. 역시나 오늘도 가족들 챙기다가 나는 맨 꼴찌로 밥 먹는 신세. 그래도 어찌 보면 정신없는 아이들 식사 마치고, 홀로 여유 있게 삼겹살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어서 이게 더 나은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역시나 고기가 들어가니 분명 조금 전까지는 일 하느라 스트레스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 올랐던 남편이 한결 너그러워진다. 말하지 않아도 솔선수범하며 주변을 정리하고 걸레질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렇게 맛있는 밥 먹으려면, 군소리 말고 열심히 일해야겠네"라는 말도 내뱉는다.


역시 고기의 효과란 말인가! 삼겹살이 이렇게도 만병통치약이었다니, 또 한 번 그 놀라운 효과를 온몸으로 체감한다. 그렇다고 매일 고기 파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마음 같아서는 맨날 삼겹살을 구워대고 싶다. 아무튼 나도 열심히 집밥 해줄 테니 당신도 부디 힘들어도 잘 버텨주길 부탁해!

월급날에는 역시 고기~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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