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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석이 Jun 11. 2019

커밍아웃.

this is me.

나에게.


나는 오늘 너무 놀랐어. 내가 얼마나 숨기고 감추고 들킬까봐 떨면서 살았는지 알게 되었거든.

지금 나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또 용감해질 준비가 돼있어.


정말 조금씩 용기 냈잖아.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알아차리고 멈추고 마주 보고 다시 가면서 내가 했던게 용기내는 거였다는거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잖아. 혼자 외롭고 쓸쓸하고 절망감을 느껴도 나는 항상 관두지 않았어. 이불 안에 동굴을 만들고 숨어있다가도 이 악물고 땀 흘리면서 집 옆 트랙을 뛰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선택이었고, 그걸 해낼 수 있었던 것도 나였다는 걸 잊지마.


오늘 나는 여전히 겁나고 한치 앞을 알 수 없어서 걱정돼. 관계에 목매달고, 내가 지워지는 순간을 아랑곳하지 않는 비겁한 마음도 여전해.

그럴때마다 고통스러웠지만 끈질기고 꿋꿋했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냥 나고, 여전히 내가 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다른 결정을 하기 시작할거야.

진짜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원하고 그래서 내가 언제나 나일 수 있는 그런 결정들. 그 결정들을 해내면서 많이 외롭고 절망적일 때가 있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나답게 또 일어나서 이 악물고 운동장 한바퀴 달리고 오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어쩔땐 싸우고 어쩔땐 울면서 끝까지 나를 믿어주길.


오늘 건물에 있을, 버스에 있을, 카메라로 나를 보고 있을 사람들한테 웃으면서 나를 보여줬던 잊을 수도 없을 순간을 잊지마. 그리고 늘 그렇게 나일 수 있길 바래.


지지말길. 그 누구한테도 지지말고 내 마음 속 무서움에게도 특히 절대 지지말길.

내가 언제나 나일 수 있길.


- 2019.06.01 퀴어퍼레이드에서

늘 게이인 김현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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