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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작 Oct 31. 2024

맡겨진 여자

"오빠 금방 올 거야. 네게도 무슨 일 없을 거야. 

 맹구집에서 띵가띵가 놀고 있으면 데리러 갈게. 

 다 너를 위한 거야."

오빠는 말을 끝내자 마자 가래를 끌어올려 뱉었다. 

두어 모금은 될 것 같았던 남은 담배를 한숨에 태운 후 찬공기 속으로 트럼펫처럼 길게 연기를 뿜었다

오빠는 엄지와 중지를 모아 꽁초를 튕겼다

날아간 꽁초를 버스 바퀴가 밟았다


"저기 온다."

오빠의 턱짓을 따라 눈을 돌리자 

곰같은 사내가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맹구라기엔 덩치가 무서웠다

"넌 맨날 늦냐!" 

오빠는 숨도 못 멈추고 있는 맹구를 타박하고 다시 침을 뱉었다

"차가 고장나서 버스 타고 오느라 좀 늦어버렸네. 헤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맹구가 영구처럼 웃으며 말하니 더 겁이 났다

나는 고개만 까딱하고 오빠 옆에 섰다


오빠는 맹구와 시덥잖은 얘기를 몇 마디 나누다가 나를 돌아보더니

"맹구에게 오빠라고 불러. 말 편히 하고."라며 돌아섰다

"나 간다. 얘 잘 봐줘. 일 시키지 말고! 얘 일할 애 아니다."

맹구는 또 영구처럼 웃었다

"오빠, 나 없다고 담배 많이 피지 말고. 

 전화하면 받어!"

오빠는 들리지 않는 대답을 하면서 사라졌다

마치 사냥을 마친 늑대처럼 포만감 가득한 뒷모습을 하고 달렸다


"저기서 택시를 탈까요? 그리 멀지는 않아요." 

맹구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버스 타고 오셨다면서요. 

저 버스, 괜찮아요." 

나는 먼저 맹구가 오던 길로 발을 옮겼다

버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맹구와 둘이 택시를 타는 게 숨막힐 것 같았다


땅거미가 지는 시간이라 버스에 자리가 없어 우린 뒷문 근처에 섰다

'덜컹' 버스가 출발했다

"5분이면 갈 거예요. 거리는 좀 있지만 촌이라서 정거장이 많지 않거든요."

나는 창밖에 눈을 두었다

처음 본 사람과 스몰토크를 하는 건 내게 큰 결심이 필요했다

나는 타인과 대화하는 게 어렵다

아니 싫어한다

"가시면 일하는 외국인들이 계세요. 

 피부색은 다르지만 나이는 우리랑 비슷해요. 

 한국말도 곧잘해서 대화상대는 될 겁니다."

'내가 외국인 인부들하고 놀러온줄 아나?'

삐딱한 마음으로 돌아봤다

맹구의 큰 키 때문에 내 눈은 맹구 가슴을 겨냥했다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맹구의 검게 탄 목이 보였다

머리가 천장에 닿는지 어정쩡하게 굽어있던 맹구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돌아봤다

'덜컹' 버스가 방지턱을 넘었는지 크게 흔들렸다

나와 맹구 사이에서 버스손잡이가 춤을 췄다

버스 뒷바퀴가 방지턱에 내려서자 손잡이가 다시 흔들렸다

손잡이가 걸어진 봉을 잡고 있던 맹구 왼손이 나를 향하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놔둬도 내가 작아 맞지 않았을 것 같지만 나는 그 당시에 흔들리는 물체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약해져 있었기 때문에 잠시 맹구의 손을 바라봤다

맹구가 손잡이를 쥔 채 창을 봤다

나도 창을 봤다

사위가 어두워진 창밖은 버스 천장등을 반사시켜 나와 맹구를 비췄다

맹구는 나보다 서너 배 큰 것 같았다


맹구는 버섯 농사를 지었다

오래된 양식주택이 있고 그 앞에 기차 한 칸만한 길이의 비닐하우스 3동이 있었다

주택에는 맹구의 어머니가 같이 사셨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보통 방과 거실 소파를 떠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불쑥 집에 들어선 내게 호기심이 가득하셨지만 

말도 없고 붙임성은 더더욱 없는 새침떼기를 간파하고서는 조심스럽게 대했다


나는 주로 방에 있거나 마을 앞길을 잠깐 산책하는 정도만 움직였다

그외 시간은 모두 오빠의 연락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물론 오빠에게 연락은 오지 않았고 내 전화도 안 받았다

그럴 줄 알았기에 일주일이 지나고서는 오빠를 찾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핸드폰을 들고 있지 않으면 맹구나 타인들의 부름을 받을 것 같아 비상구에 두 발을 올려놓듯 폰을 들고 살았다


맹구는 밥 먹을 때나 나를 부르지 그 외 시간에는 전혀 나를 '건들지' 않았다

나를 내버려뒀다

그때 나는 누가 아무리 호의를 베풀어도 날 '건든다'고 생각할 때였다

나는 생전 처음 가본 시골에 버려진, 

가시 많은 탱자나무 같았다


동네에는 고양이들이 많았다

길고양이인지 어느집에서 키우는 아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기 집 드나들듯 아무 집이나 드나들었다

그런 아이에게 나는 집주인인양 눈치를 줬다

그럼 그놈은 지박령처럼 날 무시하면서 맹구에게 가 애교를 떨었다


볕이 좋은 아침이었다

현관문 앞 툇돌에 앉아 가만 볕을 쬐고 있었다

볕이 간지러워 눈을 감고 있으니 이집에 온 이후로 처음 편안하단 느낌이 들었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물컹' 발에 보슬보슬한 게 닿았다

갈색 줄무늬 고양이가 목을 빼 내 발을 베고 누웠다

만지면 달아날까 싶어 숨을 쉴 수 없었지만 

질끈 감은 냥이의 두 눈이 귀여워 가슴이 열렸다

골반이 아려 허리를 폈더니 냥이가 일어나 집을 나갔다

산책할 겸 따라 나섰다


도도하게 엉덩이를 씰룩이던 냥이가 하우스로 들어갔다

나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듯 냥이는 꼬리를 감췄다

하우스 옆은 환기를 위해 비닐을 걷어둬 안이 보였다

맹구와 네댓 명의 일꾼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버섯농장이라고 해서 흙밭에서 버섯을 키우는 줄 알았는데 선반들이 많고 잼병 같은 기구에서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좀 더 들여다 보려다 거름냄새가 지독해 멀어졌다

맹구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소리가 악의 없이 청량해 거름냄새가 지워지는 것 같았다

맹구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내 또래이거나 몇 살 많은 이주여성 같았다

고부갈등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이주여성들의 얼굴과는 달랐다

하우스에 가득한 햇빛 때문인지 

새송이버섯처럼 얼굴이 환했고

맹구와 나누던 웃음 때문인지

학교다닐 때 분식집에서 보던 친구들 같았다


맹구가 아이스박스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른다

인부에게 건넨다

또 따르고 또 인부에게 건넨다

인부들에게 모두 컵이 돌아간 후 맹구는 자기 목을 축인다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뭔가를 꺼낸다

익숙한 전개인듯 인부들은 손바닥을 편다

맹구 손에서 사탕이 하나씩, 환하고 어린 손바닥에 놓인다

인부들이 사탕을 까먹자 맹구는 손바닥을 펴고

여자들은 사탕껍질을 맹구 손바닥에 내려놓았다

'바스락' 

사탕껍질을 쥐는 맹구 손에서 소리가 났을 게다

다시 주머니에 넣고 뭔가를 말하는 맹구 얼굴이 또 웃는다

'바스락'

낯선 풍경에 내 겨드랑이쯤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점심은 읍내 나가서 먹자며 11시쯤 맹구가 집에 들어왔다

맹구가 욕실로 씻으러 들어갔고 나는 옷장 앞에 섰다

코트는 불편하고 패딩은 더울 것 같았다

봄버자켓을 입으려다 안 이쁠 것 같아서 

원피스와 두꺼운 가디건을 꺼냈다

'바스락'

낯선 내 모습에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골 읍내라도 머리는 감아야 했다

맹구가 나오고 들어갔다

웃풍이 심한 욕실에서 온수를 쓰니 김이 가득했다

문 앞에서 한소뜸 김이 빠지길 기다리니 맹구가 떠난 자리가 나타났다

욕실 바닥의 물기는 밀대로 닦여있고

샴푸와 바디워시 같은 병들은 한쪽에 도열해 있었다

수도꼭지는 온수와 냉수 정가운데에 위치했고

거울도 닦은 듯 미세한 습기만 어려있었다

벽에는 방금 꺼낸 깨끗한 수건이 걸렸고

바닥엔 머리카락 한 톨도 보이지 않았다

'맹구가 쓴 화장실을 처음 보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패딩을 입고서 마당에 나오니 대문 앞에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인부들과 어머니는 벌써 타있었다

맹구가 뒷문 곁에 서서 내가 어서 타길 바라고 있었다

무릎 높이의 차 바닥에 발을 올리고 땅을 디딘 발에 힘주어 문 안으로 들어설 때,

맹구의 솥뚜껑 같은 손이 내 머리 위 문틀을 가렸다

맹구 손의 의미를 나는 엉덩이를 의자에 내려앉힐 때 깨달았다

맹구는 내가 앉은 걸 확인하고 손을 뗀 후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갔다

나는 의자에 몸을 느슨하게 기대고 패딩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눈치 빠른 맹구 엄마가 내 볼을 볼까봐 걱정됐다


외식이라고 대단한 걸 먹는 건 아니었다

시골 읍내에서의 외식은 오히려 집에서 먹는 음식을 돈 주고 사먹을 때 더 특별한 기분이 드나 보다

자주 가던 식당인 듯 모두가 익숙하게 방향을 잡고 걸었다

문에 들어서면서 맹구는 사장님께 크게 인사했다

제육볶음과 고등어구이, 부대찌개를 주문했다

외식 기분이라도 내려는 듯 계란찜도 시켰다

여자들이 컵에 물을 따르자

맹구는 수저를 놓았다

내 수저 밑에만 냅킨을 깔아서 무안해졌다

부대찌개가 버너에 올려졌고

제육볶음과 고등어구이는 접시에 나왔다

여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상추를 펴서 밥을 올리고 제육도 올리고 쌈장도 올려서 쌈을 싸 입에 넣었다

맹구는 제육을 집어 어머니 밥 위에 올려주었다

다시 맹구는 새 젓가락을 꺼내더니 고등어 뼈를 발라냈다

오로지 오른손으로만, 엄지와 검지만을 움직여 척추뼈를 들어올리는데 

낚시대가 휘어지듯 뼈가 휘어지더니 경추부터 꼬리뼈까지 일시에 들렸다

아직 살이 붙은 고갈비는 한쪽에 두고 등과 배에 있는 잔가시까지 말끔히 발라냈다

하얗게 드러난 고등어의 속살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맹구의 찬란한 젓가락짓을 경외하는 것 같았다

맹구는 살을 한 젓가락 떠서 내 앞접시에 놓고 갔다

"여기 사장님 처가가 안동이라서 제대로 된 고등어만 가져와요. 

 드셔보면 다른 걸 아실 겁니다."

맹구가 고등어 속살처럼 웃더니 고갈비를 들어 입으로 뜯었다

두꺼운 맹구 입술이 고등어 기름으로 윤이 났다

여자 하나가 자기도 해보고 싶다며 남은 고등어 반쪽의 뼈를 바르겠다 나섰다

새 젓가락을 꺼내니 맹구가 손을 저지하고 자기가 쓰던 젓가락을 넘겨줬다

"설거지 늘어나요."

안동 고등어가 좋긴 좋나보다

맹구의 입술이 점점 기름져 갔다


맹구는 어머니 챙기랴, 비워진 밑반찬을 셀프로 채우랴 바빴다

그래도 제일 많이 먹는 건 맹구였다

맹구의 기름진 입은 식사시간 내내 누군가를 향한 친절과 식사 두 행위로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노동에 내 지분도 컸다

맹구는 시골음식이 잘 안 맞지 않냐며 부대찌개의 햄들을 골라 내 앞접시를 채웠고

계란찜의 김을 뺀 후 맨 위 연한 부위만 떠서 내 접시에 내려놓았으며

오징어초무침에 내 젓가락이 두 번 가자 그 접시를 내쪽으로 옮겨주었다

모처럼 배불리 밥을 먹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냅킨으로 입을 훔쳤다

맹구는 다 먹은 것을 확인하고

모두를 향해 "맛있게 드셨습니까?" 묻고

엄마를 보고 "많이 드셨어요?" 인사하고

나에게는 "입에 맞으셨어요?"라고 확인했다

고개를 끄덕이자 "일어납시다"라고 정리했다

모두가 '드르륵' 의자를 밀어내고 일사분란하게 문으로 나섰다

맹구는 식탁 위에 놓인 냅킨을 모아 휴지통에 버렸다

자기 의자를 들어 소리 안 나게 집어 넣었다

옆의 의자도 식탁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말없이 정리를 마치고는 

큰소리로 사장님께 인사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조용했다

아니 맹구와 나는 조용했다

여자들의 수다도 맹구엄마의 푸념도 들리지 않았다

창문에 왼쪽 팔을 기대고 운전하는 맹구와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실려가는 나만 있었다

창문을 열었다

초겨울의 시원한 바람이 몽롱한 나를 깨웠다

뒤에서 한 여자가 "춥다!"고,

놀랐는지 문을 닫아주라는 건지 모를 이상한 억양으로 말했다

나는 문을 닫았다

시골에 와서 여자들과 오고간 첫 소통이었다


그날 이후 자주 밖에 나갔다

고양이도 만지고 

하우스도 둘러보고

여자들의 소리도 들어보고

맹구엄마가 푸념할 때 가만 듣기도 했다

일이 끝난 늦은 오후면 맹구, 맹구엄마와 셋이 마을을 산책하기도 했다

그러면 맹구는 길가에 핀 코스모스, 국화, 구절초, 천일홍 등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계수나무 잎에서는 단맛이 난다며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어느 주말 맹구는 내게 하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

"운전을 해보고 싶어요"

맹구는 학교 운동장으로 나를 데려갔다

"자, 손을 펴고 들어봐요

 손바닥으로 내 손을 밀어봐요

 아니 치듯이 밀지 말고 

 이렇게 천천히 깊게 밀어봐요

 그렇지

 그렇게 이 악셀을 발로 밟는 거예요

 천천히 밀어내듯이 밟으면 차가 움직여요

 브레이크도 마찬가지고."

운동장에서 배우는 운전은 어렵지 않았다

그날밤 자리에 누웠을 때 내 머릿속에 계속 떠돈 건

운전도, 맹구도 아니었다

내 손을 미는 맹구 손의 힘이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리고 깊게


일주일 동안 매일 운전 연습을 했다

그 사이 필기시험도 준비했다

그렇게 한 달이 안 돼 면허를 땄다

그 면허로 버섯농장 일을 도왔다

읍내로 밥 먹으러 갈 때 운전도 했다

여자들이 뒤에서 소리 지르며 응원해줬다

옆자리의 맹구는 과속방지턱과 옆에서 달리는 차, 카메라를 알려줬는데 1분만 더 떠들었다면 주먹을 날릴 뻔했다

도착했을 때 핸들이 흠뻑 젖어있었다

맹구는 내게 엄지척을 세우고 앞니 4개가 보이게 웃었다

그 미소가 비로소 나도 웃게 했다

얼마만에 웃는 것인지 기억 안 나지만

다시 웃은 그날을 나는 오래 기억했다


첫눈이 내리고 며칠 후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크리스마스 전에 데리러 온다고 했다

떠나기 전날밤 농장 여자들까지 모두 모여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볼이 차가웠지만 몸은 따뜻했다

여자들이 모두 떠나고 맹구와 모닥불 앞에 마주했다

맹구는 불이 빨리 꺼지지 않는 법,

운전할 때 조심해야할 것,

좋은 버섯 고르는 법같은 시덥잖은 얘기를 하더니

고등학교 때 왕따였는데 어느날 오빠가 같이 점심을 먹어줬다고

왜 나랑 먹냐고 물으니 '모르겠어. 그냥 신경쓰여.'라고 했다고

오빠는 착한 놈이라고 이번 일만 해결되면 다시 예전처럼 착하게 살 놈이라고 했다

나를 보는 것 같았으나 나는 늘 그렇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방의 불이 꺼지자 맹구는 

1월에는 집앞 개천가에 개복수초가 많이 피니 보러 오라고 했다

노란 불이 밝히는 맹구의 얼굴은 감귤같았다


오빠가 오는 날, 아침부터 맹구는 바빴다

버섯과 김치, 동치미, 반찬들을 쌌다

난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속이 메슥거려 마당에 나섰다

맹구는 내 짐가방을 마당에 내놨다

어머니는 내 차지던 툇돌에 앉았다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오빠 차가 왔다

차의 문이 열리고

담배를 문 오빠가 내리고

꽁초가 던져지고

크어억 가래 끌어올리는 소리가 나고

침이 뱉어지고

넉살 좋게 웃으며 어머니께 인사했다


내게 오는 오빠를 지나쳐 맹구 용달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고 악셀을 밟았다

천천히 부드럽게가 아니라 거칠고 강하게 밟았다

룸미러를 보니 어머니가 일어섰다

맹구가 달려오고 있었다

커브가 가까워질 때 브레이크를 밟았다

맹구가 붉은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

맹구에게 달려갔다

놀란 눈으로 다가오는 맹구에게 전속력으로 달렸다

가까워질 수록 그의 눈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마침내 간격이 한 걸음일 때 뛰어올라 맹구를 안았다

거목같은 맹구는 흔들림 없이 나를 받았다

목을 껴안고 강하게, 깊게 그에 붙었다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쌌다

반대에서 오빠가 달려오고 있었다

"오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오빠."



(이 이야기는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의 엔딩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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