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두꺼워진 겨울이라 붐비는 지하철 퇴근길에 생각해 봅니다.
이런 공용장소에서 여름과 겨울의 공간감은 다른 것 같아요
패딩으로 서로의 공간을 채우는 겨울의 공간은 허용의 덕이 있습니다.
패딩은 부풀린 공간에 밀고 들어오는 것을 허락합니다.
가방이든 폰이든 심지어 처음 보고 다시 안 볼 사람도
패딩은 내 영역을 관대하게 허락합니다.
여름은 땀과 체취로 서로를 밀어내 더 공간을 만듭니다.
방어의 계절이고 긴장의 공간감입니다.
좁혀지는 간극에 마치 악이 신성한 선을 넘어오는 거라도 되는양 방어하게 되죠.
영하 10도에 빵빵한 패딩을 입고,
각자 다르지만 비슷하게 무거웠던 하루를 서로의 패딩에 기대는 것 같아 좋네요.
옆에 선 아저씨의 달큰한 술 냄새에
어서 집에 들어가 요새 부쩍 빵빵해진 아들의 엉덩이를 주물럭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