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야근을 마치고 택시로 귀가합니다
30여분 달려야 하고
어제도 새벽까지 일해 피곤이 겹쳐
타자마자 눈을 감았습니다
기사님은 저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
아마 퇴직하시고 새로 맞은 일일 수도.
손님께 말을 건네지 말라는 회사의 규율따라
우린 서로 말없이 밤을 베고 시간을 보냅니다
도착지를 몇 분 앞두고
기사님의 전화 벨이 울리네요
"손님, 죄송하지만 전화 좀 받겠습니다."
급습한 예의에 놀라 조금 큰 소리로 답합니다
"네, 괜찮습니다."
"여보세요?"
-여보, 된장찌개 끓여놨으니까
"나 지금 손님 모시고 있어. 이따 전화할게."
-아, 그래.
당황하신 사모님이 뜨거운 찌개국물에 혀를 데인듯 말을 끊습니다
"하하, 뭐 중요한 일인줄 알았더니..."
멋쩍어하는 기사님이 남은 밤을 달리십니다
"좋으시겠어요. 집에 가시면 따뜻한 된장찌개가 맞아주겠네요."
-손님은 더 맛있는 게 기다릴텐데요
"아마 다 자고 있을 건데..."
11시 40분.
어정쩡한 시간에 들어와 애들 깨우지 말고 아예 12시 지나 오라는 가이드가 있었기에
편한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밤이 쓰다
술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