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추계학술대회 발표를 마치고
1. 쉼표 뒤의 결심
작은 학교로 옮긴 후, 주 8-10차시의 수업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학부와 석사를 보냈던 모교 대학원에서 교육 공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지만 여러 이유로 한 학기 만에 잠시 멈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3년 8월, 나는 '박사 수료생'이 되었다.
2024년 본가 근처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겼고 이곳에서의 삶은 바빴다. 많은 시수와 일정 속에서 '논문'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솔직히 말해 마음가짐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논문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그 마음 하나 붙들고 올 8월, 지도교수님과 교장, 교감선생님께 조심스레 허락을 구했다.
그렇게 논문을 쓰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이번 2025학년도 추계학술대회 발표를 맡게 되었다.
2. 발표, '나의 이야기'를 준비하기까지
시작은 그야말로 '어리바리'했다. 현직 교사의 삶과 박사 과정생의 삶을 동시에 산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화요일엔 논문 지도 줌 스터디, 수요일엔 나의 본업인 학교 수업들을 모두 마치고 부리나케 짐을 싸서 대학원으로 향했다. 5시 30분에 도착해, 6시부터 8시까지 지도교수님의 '프로그램 개발' 수업을 들으며 발표를 준비했다.
9월 말 PPT 제출 마감. 원래 계획했던 것이 아닌, "현직 교사로서 실제 수업 사례를 발표하자"라는 교수님의 조언이 방향키가 되었다. 그 방향에 맞춰 5번, 6번의 지도와 수정을 거쳤다. 그 과정은 고됐지만, 나의 현장 경험을 학문적 틀에 맞추는 단단한 과정이기도 했다.
3. 떨림, 공감, 그리고 전우애
1박 2일간 비슬산 호텔아제리아에서 열린 학회. 내게 배정된 시간은 짧았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도 모르게 말이 빨라졌고 결국 과호흡이 왔다. 목소리는 염소처럼 떨렸다. 스스로에게 민망한 순간이었지만, 다행히 지도교수님의 지도와 피드백 덕분에 무난하게 '논문 스타터'로서의 첫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발표보다 더 큰 울림을 준 것은 '사람'이었다. 2~3년 전, 치열하게 같이 수업을 들었던 박사님들과 박사준비생분들. 나를 알아봐 주시고 "수고했다"라고 건네는 따뜻한 말씀에,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전우애'를 다시금 느꼈다.
그날 밤, 옆자리에 누워 먼저 박사의 길을 걸으신 모 박사님과 나눈 대화는 잊을 수 없다. "자의로 시작했지만, 타의의 여러 일들로 인해 결국 논문을 써야만 했다"는 그분의 이야기는, 지금 나의 상황과 놀랍도록 비슷했다. 깊은 공감과 함께 여러 현실적인 조언을 들으며 이 길이 혼자 걷는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4. 비 오는 비슬산, 이제 다시 시작
모든 일정을 마치고 비가 내리는 비슬산 상행길은 차분하고 좋았다. 학회는 끝났지만, 이제 나의 레이스는 정말 '시작'이다. 어쩌면 가장 힘들고 긴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밤 나눈 공감과 조언, 그리고 동료들의 응원을 연료 삼아, 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보려 한다. 이로써, 2025년 추계학술대회 일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