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1등에서 과락으로,

이제는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나의 깊이'를 선택할 때.

by 꼽표쌤


2025년은 나에게 기록적인 한 해였다.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실패한 한 해'로서 말이다.


손을 대는 일마다 어긋났고, 기대했던 결과들은 번번이 나를 외면했다. 하지만 그 폐허 같은 시간 속에서도 두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고, 또 다른 한 권의 출간을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 성취와 절망이 이토록 기묘하게 공존할 수 있을까.


가장 아픈 손가락은 '수업전문가(수업선도교사)' 도전이었다. 2년 전, 나는 수업에서 1등을 거머쥐며, 수업선도 인증교사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결과는 '과락'이었다. 6명의 심사위원 중 단 한 사람이 던진 납득하기 어려운 점수. 그 한 장의 채점표는 나를 선정 대상에서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교육감 표창의 기회조차 앗아갔다.

처음에는 허망했다. 누군가의 주관적인 잣대에 나의 1년, 아니 나의 교직 생애가 좌지우지되는 시스템에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한 사람의 평가로 인해 '1등 교사'가 순식간에 '기준 미달'이 되어버리는 이 무력한 평가의 장에 더 이상 나를 맡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잠시 도전을 멈추기로.

이 멈춤은 포기가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춘 '보여주기식 도전'을 멈추고, 나 스스로를 단단하게 다지기 위한 '방향의 전환'이다. 그동안 나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지식들은 넓었으나 얕았다. 남들에게 내보이기 좋은 화려한 기법과 트렌드에 민감했지만, 내면의 뿌리는 깊게 내려가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넓고 얕은 지식'의 유희를 끝내려 한다.

평가자의 점수표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나만이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연구에 침잠하려 한다.

• 외부의 인정보다는 내면의 증명을 위해.

• 빠른 성과보다는 느리지만 단단한 본질을 위해.

• 평가받는 대상이 아닌 스스로를 평가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


2025년의 실패는 나에게 말해준다.

이제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2026년도는 안으로 돌릴 때라고. 비록 표창장은 놓쳤을지언정, 나는 '나만의 연구'라는 더 값진 훈장을 스스로에게 수여하기로 했다. 깊어지기 위해, 나는 오늘부터 기꺼이 침묵하며 공부할 것이다.


훗날 나의 깊이가 충분히 무거워졌을 때, 누군가의 펜 끝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나무가 되어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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