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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06. 2024

꽃밭의 이상주의자

나의 현실은 꽃밭에 있다고 말해야겠다.

나는 늘 이상 속에 사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에게 놀림당하지 않을까 우려될 만큼 스스로 생각하기에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차트의 노래 대신 아는 사람 없는 잔잔한 인디음악을 들었다. 또래 친구들은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는데. 나는 시를 짓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현실 속에 들어가 땅에 붙어살아야 하는데 혼자만 땅을 딛고 서질 못하고 구름 위에 올라타있다. 어쩌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 가끔은 혼자 꽃밭에 사는 공주님 같다는 말도 들었다.


내가 너무 이상에 사는 것 같아 고민이 된다고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은 각자의 삶, 모두의 현실이 제각각 너무나 달라서 누군가에게 이상이라 여겨지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현실일 수 있다고 했다. 나에게는 그 이상이 현실이라고. 그래, 세상을 바꾸는 건 이상주의자들이니까. 뒷목이 쭉 당겨지는 기분이었다. 현실과 타협해서 바뀌는 것은 없고, 다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멋진 폭포의 절경과 눈부신 숲의 녹음, 구름 떼처럼 피어난 들꽃들은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야만 볼 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핀잔한다면 나의 현실은 꽃밭에 있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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