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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27. 2024

침대 밑 작업실





나에게는 침대 밑 작업실이 있다. 방 안에서 많은 일을 하기에는 공간이 넉넉치 않아서 2층 침대를 들이기로 했다. 1층은 나의 작은 작업실, 2층은 편안한 침실이다. 1층 공간에는 기다란 책상을 놓았다. 나는 유독 이 공간을 좋아한다. 방의 다른 공간과 분리 된 듯한 안락함이 있다. 만약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 해도 나는 이 침대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


침대 아래의 이 작은 공간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었다. 관심있는 분야의 책, 손 그림을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줄 스캐너, 이것저것 적은 노트들, 음악을 들을 스피커, 필기감 좋은 볼펜들. 

책상 아래 앉으면 의욕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의자에 앉아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하고, 시와 일기를 쓴다. 그리고 나서는 새로 쓸 글이나, 새로 그릴 그림을 구상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냥 눈을 감고 있는다. 나름의 명상인 셈이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힘들여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땐 그냥 마음을 놓고 음악을 듣는다.


아침에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시행 착오들이 쌓여 만들어진 시간이다. 원래는 아침에 운동을 갔고, 저녁에 글을 쓰며 하루를 돌아봤다. 저녁엔 건너뛰고 2층 침실로 올라가는 일이 잦아졌다. 하루의 에너지를 이미 모두 소진한 탓에 그냥 눕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과 저녁의 스케줄을 바꿔봤다. 아침에 글을 쓰고 저녁에 운동을 가는 거다. 그랬더니 부담스러운 마음이 줄어들고 매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놀랍게도 아침에 글이 더 잘 써졌다. 글은 밤이나 새벽에만 써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침이 나았다. 하루 계획도 일어나서 바로 세우니 놓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아침엔 운동 가기 싫은 날이 많다. 저녁에는 오늘 먹은 음식들이 떠오르며 운동하지 않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매일 운동하고 있다. 


커피 한잔을 뽑아 내려놓고 가사 없는 플레이리스트를 튼다. 그러면 음악이 흐르고 커피 향이 향긋하게 떠다니는 나의 작업실이 완성된다. 이 공간에서는 머릿속을 맴맴 돌던 생각들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오직 나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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