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야 Jul 01. 2020

옛날이 좋았어.

내가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 그대로를 콩이와 공유하는 것처럼

이제 물러 가려나 하던 코로나 19가 갑자기 또 극성이다.

더군다나 이번엔 대전이다. 내가 다니는 우체국이며, 슈퍼에도 확진자가 다녀가 방역을 하고, 병원과 약국들은 며칠씩 문을 닫았다. 다소 소홀해졌던 긴장감이 다시금 맴돌기 시작했다.

솔직히 하루에도 몇 통씩의 긴급재난문자를 받으며, 마스크 착용은 필수, 성실히 생활수칙을 지키고 있었지만, 내 생활 반경이 아니라서 설마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늘 지나다니고 이용하는 곳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긴급문자에 거론되고 회자되니 막연했던 긴장감은 2배, 3배가 되었다.  

   

안타깝고 슬프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일상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다시 집콕 생활을 해야 하다니...

누가 강요해 등록한 것도 아닌데 늘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가듯 갔던 요가,

레벨 1만 겨우 패스하고 남겨둔 레벨 2와 라테아트 커피학원 수업.

언제 다시 열까 기다리던 요가는 닫았던 문을 연지  채 한 달도 못 되어 다시 휴원에 들어가고, 커피학원 멘토님과의 7월 수업 약속도 불투명해졌다. 요가도, 커피 수업도 다시 진행이 되고, 오랜 집콕 생활 때문인지 되돌아온 일상이 그저 반갑고 설레었는데.. 다시 집콕이라니...

그래도 집콕의 무료함은 그나마 견딜 수 있는 ‘흐트러진 일상’이다. 지금의 사태가 심각한 건 코로나 19가 빼앗아간 ‘흐트러진 일상’으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거다.


  

안 그래도 어린이집 가기 싫어하는 콩이와 까꿍이는 대전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다시 나흘 휴원에 들어갔다.

등원 도우미 이모님 퇴근 시간에 맞춰 콩이네로 엄마를 모셔다 드렸다.

두 녀석의 얼굴에는 꽃이 피어 있었다. 콩이는 종이인형을 잔뜩 꺼내오고, 까꿍이는 아침부터 과자를 꺼내느라 안 닿는 선반 위를 기어 올라갈 기세였다.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어린이집 안 간다고 고모 진을 다 빼놓더니 아주 뻔뻔하다.

“고모, 코로나 때문에 우린 어린이집 못 가는 거야.”

“콩아, 고모도 회사 가기 싫은데, 가지 말까?”

“고몬 어른이니까 가야지.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거지.”

콩이는 종이인형 옷을 입히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주 뻔뻔하기가 코로나도 물리칠 기세다. 어이가 없어 콩이에게 한 마디 더 하려는데 콩이 손에 들린 종이인형을 보았다. 다소 신기하고 놀라웠다.

개인 전화를 휴대하고, 말로 TV를 끄고 켜고 하는 세상인데, 종이인형은 내가 가지고 놀던 그때 그대로였다.

콩이가 설렁설렁 오려놓은 종이인형을 보면서 며칠 전 멘토님과 수업을 또 미뤄야 하나를 두고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내가 보낸 메시지가 생각이 났다.

‘옛날이 좋았어. 동학사 계곡물에 발 담그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내가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 그대로를 콩이와 공유하는 것처럼 동학사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친구들과 수다 떨던 그 추억도 콩이와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생계를 위협받고, 집콕 생활을 해야만 하는 앞으로가 아니라, 과거 우리가 누렸던 당연한 행복들(공기, 물 그런 것들은 당연히 깨끗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앞으로를 그들에게 남겨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이비 박스 운영에 대한 찬반논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