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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야 Aug 05. 2020

내 소원은 코로나가 빨리 없어졌으면 하는 거야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변화 중 하나가 마스크는 이제 생활필수품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마스크를 하지 않을 시에는 출입 제한까지 받는다.

버스를 타고 다니시는 회사 과장님이 어느 날 평소보다 늦게 출근을 하셔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깜박하고 마스크를 챙기지 못해 버스 승차를 거부당해 늦으셨단다. 습관처럼 가방 안에 사탕을 넣고 다니며 우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건네곤 하시는 분인데 그분의 가방 안의 사탕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그 자리에 마스크를 챙겨 넣어야 하는 것이다. 참으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 더욱 씁쓸한 건,

어린이집을 파하고 놀이터에 모인 아이들의 예쁜 얼굴도 마스크에 가려져 있다는 거다.

해맑게 웃는 얼굴로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뛰고, 뒹굴며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마스크란 소통의 단절, 교제의 단절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집안에 갇혀 지낸 아이들을 위해 여름휴가를 맞아 거제도 리조트로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다.

리조트 측에서 열 체크에 방문자 신상 체크까지 해 큰 불안감은 없었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신나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짠하기도 하고 오길 잘했다 싶었다.     


거제에서 유명한 포로수용소 모노레일,

저번 여행에서는 콩이만 데리고 왔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나머지 그 두 녀석은 모노레일이 처음이었다. 가족 인원이 많아 두 대로 나눠 탔는데 튼튼이는 엄마 곁을 떠날 수 없는 아이라 엄마랑 타게 되었고, 콩이와 까꿍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따라 탔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콩이와 까꿍이에게 경험을 선물하고 싶으셨는지 맨 앞자리에 아가들을 무릎에 앉히고 타셨다. 그런데 얼마 못 가 모노레일 안에 비치되어 있는 인터폰이 울렸다. 무릎에 앉히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아가들은 이미 신나 있어 앞자리를 고수할 마음이었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뒷자리로 물러 앉으셨다. 저번 여행에서 콩이가 손을 꼭 잡아줘서 내려왔던 고모와는 달리 콩이와 까꿍이는 아주 하이-톤에 신이 나 있었다. 그러면서도 콩이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고모 괜찮아? 고모 손 잡아줘야 하는데’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마흔이 훌쩍 넘긴 고모보다 더 용감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산속을 올라가다 보면 중간중간 볼거리가 있다.

울창한 나무와 맑은 공기는 자연이 준 선물이며, 간간히 운이 좋으면 다람쥐가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다 어린 고객들을 위해 사슴과 곰의 조형물도 세워져 있고, 새소리는 음향 장치를 설치해 아이들의 귀를 재밌게 해 준다. 그에 맞춰 뒷자리에 앉으신 할아버지가 새소리를 흉내라도 내시면 고모는 새소리보다 더 청량한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슴과 곰의 조형물을 지나 새소리를 들으며 좀 더 올라가면 돌을 정성스레 쌓아 올려 소원을 빈 소원탑을 볼 수 있다.     

“소원탑?”

이제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콩이가 이정표의 글자를 읽으며 물었다.

“고모, 소원탑이 뭐야?”

“으응. 정성스럽게 돌을 쌓고 소원을 비는 거야.”

“그래?”

“응, 우리도 소원 말해볼까?”

“응” 까꿍이도 어느새 대화에 끼어들었다.

“고모 소원은, 울 까꿍이가 고모 말 좀 잘 들어줬음 하는 거야.”

까꿍이가 그동안의 일을 떠올리는 듯이 씨익 웃었다.

“까꿍이 넌?”

“난, 으음. 더 많은 헬로카봇이랑 친하게 지내는 거. 엄마가 헬로카봇 많이 사줬으면 좋겠어.”

“뭐야???”

콩이랑 나는 한바탕 웃었다.

“그럼 콩이 넌.”

콩이는 뜸을 들이더니, 고모가 말한 소원이 부끄럽게 하는 소원을 말했다.

“고모, 내 소원은 코로나가 빨리 없어졌으면 하는 거야.”

나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래서 마스크도 그만 쓰고.. 친구들하고도 신나게 놀고 그랬으면 좋겠어.”

“응,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까꿍이도 지 누나 말에 힘을 보탰다.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

마흔이 훌쩍 넘긴 고모보다 아이들에게 더 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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