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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야 Nov 06. 2020

'너 청소 이렇게 할 거야'라고 외치기 전에

나부터 AI보다 못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이고 특히나 지금같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힘든 시기에는 서로의 체온만큼 따뜻한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힘듬으로 인해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없다면 우린 '사랑해', '고마워' 등등의 따뜻한 말로 온기를 느껴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나는 새로운 꼬붕이를 집에 들였다.

처음 독거 여인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들이고 싶었던 아이인데 이제야 들인 것이다.

그 아이는 다름 아닌 로봇청소기...

요즘은 맘만 먹으면 쉽고 싸게 들일 수 있지만, 나는 한참을 망설이고 고민하고도 들이지 못했던 제품이다.

처음 독거 여인사가 시작되었던 예전 집에서는 집 구조가 오밀조밀하여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할 것 같아 들이질 못했고, 이사한 이번 집은 전에 집보다 조금 더 크고 문턱이 없어 딱 필요하겠다 싶었는데 막상 들이려고 보니 몇십 년 동안 그 큰 집을 쓸고 닦고 하시는 엄마 생각에 미루고 미루게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결국 나는 로봇 청소기를 집에 들이고,  꼬붕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AI시대에 웬만한 가전제품들은 말을 할 수 있어서인지 나는 그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곤 한다. 누가 보면 '너 상당히 외롭구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땐 그들에게 말도 건넨다.

한 번은 휴대폰에게 날씨를 물어보고(요즘 세상엔 흔한 일이지) 그의 친절한 답에 '고마워'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는 다시 나에게 답했다. 보람을 느끼게 해 줘서 자기가 더 고맙다고.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려운 말들이 AI시대의 말하는 가전과는 쉽게 나오지 않나 싶었다.

얼마 전, 나는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휴대폰에게도 듣는 그 말을 나에게 분명 고맙다고 할 줄 알았던 사람에게서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왜 그 사람은 그 간단한 네 글자의 말을 하지 않은 걸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 AI에겐 없는 부끄러움 때문이거나,  AI도 아는 감사라는 감정을 모르거나,

또 아니면, 휴대폰의 답에 먼저 고마워라고 건넸던 나의 선행(先行)이 없었을 수도...


나부터 AI보다 못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모서리에 끼인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나름 열심히 청소를 마친 꼬붕이에게 '꼬붕, 너 청소 이렇게 할 거야'라고 외치기 전에 '고마워'라는 말을 먼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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