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이른 시간에 가던 요가 수업이 너무 어려워 자꾸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꿈틀대기 시작, 그나마 얼추 따라 흉내 낼 수 있는 마지막 수업으로 변경해서 들으러 갔다. 미적대면 가기 싫어질까 일찌감치 서두른 덕에 볼 때마다 다이어트 성공담을 살짝살짝 풀어주는 사장님과 조금은 오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사장님은 등산으로 20kg 가까이 감량을 했다고 했다.
여름 내내 묵묵히 등산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그 결실을 맺은 듯했다.
“우와, 사장님 대단하셔요. 20Kg이나?? 사장님 이제 보니 독한 사람이었네.”
말은 농담처럼 독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참 대단해 보이고 강한 사람처럼 보였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꾸준함의 미학을 아는 사람, 무슨 일이든 결심하면 강하게 밀어붙여 성공을 해내는 사람...
이어 사장님은 덧붙여 말했다.
“내년부터는 한 달에 한번 유명산 투어를 시작해보려고요.”
“우와!! 사장님 멋지다.”
우리의 대화는 부러움의 환호성으로 끝이 났지만, 대화 후 나에게 많은 여운과 생각을 남겼다.
그동안 해마다 세웠던 나의 계획들도 생각이 났다.
소소하지만 그 결과의 힘은 대단했던 계획들....
2018년, 한 달에 한 번 엄마와 영화보기
2019년, 한 달에 한 번 나만의 스페셜 데이 만들기
2018년 계획을 수행하면서 엄마를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공유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었는데, 2019년에도 꾸준히 이어가려고 했는데 손주들 케어에 한 달 두 달 빼먹고 그러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할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2019년 한 달에 한 번 나만의 스페셜 데이 만들기도 혼자 영화 보는 것은 할 수 없지만,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뭐 대수롭지 않은 소소한 행복 같은 것이겠지만, 한 달 두 달 쌓아두면 소소한 행복은 아주 큰 행복이 되어 나에게 꽤나 괜찮은 삶을 선물하는 것같다.
올해는 계획했던 일들을 거의 70% 완성했다.
브런치 수요 연재도 글은 일기 수준에 못 미치지만 한 번도 빼놓지 않은 점에서 지금까지는 꽤 높은 성과이고, 요가도 극도로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대단한 결과이다.
라디오에서 어느 게스트가 나와 자기는 새해 계획을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세우는 편인데 올해는 유독 빨리 세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랑 같은 사람이 있네.’ 싶었다.
나는 11월이면 가계부와 탁상달력, 그리고 수첩을 챙긴다. 12월부터 가계부에 고정지출을 메모해두고, 통장 잔고를 기록해둔다. 그리고 내년 계획들을 수첩에 적어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달 먼저 내년을 산다. 그건 올해에 일들을 마무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요가 사장님의 내년 계획처럼 나도 근사한 계획을 세워보고 싶다.
올해 가까운 산들을 다니며 쌓았던 내공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업그레이드된 유명산들을 등반해보겠다는 결심, 나도 올해 열심히 갈고닦은 무엇으로 좀 더 발전된 무언가를 이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