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신이 버려진 뒤
아무도 찾지 않는다.
돌계단은 닳아
발의 무게만 기억한다
하늘은 비어 있고
제우스는
번개를 내려놓은 채
그 비어 있음 앞에 서 있다
사람들은
손안의 액정을 따른다
숫자는 정확하고
침묵은 길다
제단에는
깨진 잔과 종이컵이 남아 있다
누군가 중얼거린다
“신 따위”
신은 듣지만, 대답하지 않는다
향은 사라지고
이름은 돌에만 남는다
빛이 빠져나간 뒤에도
기둥은
자신의 무게를 기억한다
가끔 얼굴이 떠오른다
사라지기 직전 남긴
마른 흔적들
그것은 돌아오지 않고
설명도 요구하지 않는다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버려지지 않은 신이 아니라
떠나지 못한 신이다
존재는 계속된다.
믿음과 상관없이,
호명과도 무관하게
신이 아닌 방식으로
그 자리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