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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 그 자리에 있다면

ㅡ 황금이라는 노선, 김포골드라인




아침마다 사람들은 배에 오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배에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황금을 향해 나아가던 대항해 시대처럼 지도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의구심은 처음부터 허용되지 않는다.


현실은 사람을 쓰고 버리는 일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열차의 이름은 황금이지만 그것은 명칭일 뿐, 객차 안에는 빛 대신 숨이 부족하고 몸들은 서로의 경계가 되어 움직임을 막는다.


사람은 사람에게 가로막히고 생각은 납작하게 접힌다. 이곳에서 축적되는 것은 성취가 아니라 피로다.





엘도라도*는 밀림의 가장 깊은 곳에 숨었고 탐험가들은 단 하나의 환상을 품은 채 수많은 죽음을 건넜다. 황금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지만 항해는 멈추지 않았고 그 실패마저 역사가 되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리창에 비친 얼굴들은 모두 도착지를 알고 있으나 그곳이 무엇을 보장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손잡이를 붙든 손 위로 땀과 피로가 번지고 약속은 늘 다음 역으로 미뤄진다. 도착은 언제나 예정되어 있으나 확정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어지러움을 삼키고 누군가는 눈을 감는다. 이 배 안에서 쓰러지지 않는 것은 능력이 되고 아프지 않은 척하는 것은 기술이 된다. 엘도라도는 손에 닿지 않았기에 차라리 안전했지만 골드라인의 황금은 매일 사람의 몸에 직접 부딪힌다.


그것은 빛이 아니라 무게와 압력, 생활비처럼 반복되는 부담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탄다. 항해를 멈추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는 묻지 않는다, 도착했는지를. 다만 계속 움직이고 있는 지만 확인한다. 황금은 여전히 앞에 있다고 말해지지만 밀림도 파도도 없고 남아 있는 것은 압축된 시간과 숨을 참는 기술, 서로의 체온뿐이다. 엘도라도는 신화였고 김포골드라인은 현실이다. 신화는 지도에서 지워졌으나 이 노선은 오늘도 정확히 운행된다.

미다스**는 더 이상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다. 이제 황금이 되는 것은 사람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만지며 서로를 닳게 하면서. 그리고 또 한 번 문이 닫힌다. 탈출이 아니라 확인을 하듯. 항해는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엘도라도

16세기 에스파냐 사람들이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가에 있다고 상상한 황금의 나라. 도시 전체가 금으로 도배된 거대한 곳이며, 황금이 넘쳐나는 전설의 이상향으로 여겨져 왔다.

** 미다스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리기아의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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