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잎 이후 1.
잎이 모두 떨어진 뒤에야
나는 이 나무가 얼마나 많은 말을
삼켜왔는지 알게 된다
계절은 늘 그렇듯
아무 설명도 없이 떠났고,
남겨진 것은
가지마다 매달린
말해지지 않은 문장들
이 나무는 위로를 요구하지 않는다
버려졌다는 감정,
차라리 침묵을 택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계속 무언가를 잃어가면서도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증명하지 않는 일
바람이 스치면
마른 가지들이 서로 부딪혀
짧은 소리를 낸다
그것은 울음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몸의 반응이다
어쩌면 나는
이 나무를 오래 바라보는 동안
나무가 아니라
나 자신의 형태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존재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늘도 묵묵히 연습하고 있다
잎은 없다
사라졌다고 말하기보다는
때가 되어
잠시 쉬고 있는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