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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선생 Nov 13. 2022

草선생

- 독일 대학생 어썸그라운드 방문기


돈까스 21개, 쉬림프크림파스타 10개, 알리오올리오 1개 (파스타는 베이컨과 새우를 넣지 말 것), 채식주의자 11명 포함

30명의 독일 명문 튀빙겐대학생과

한국 교수 두 분, 총 32분이 토요일 어썸그라운드를 방문하였다.


자연생태 및 역사박물관 관람차 강화도를 둘러보면서 점심을 어썸 카페로 예약하였다.

작년에 카페를 시작한 이래

단체 손님으로는 최다 인원이며,

유럽 대학생들은 처음인지라

(주로 아시아권역 손님들은 종종 오셨지만) 전날부터 평양댁 (마눌님)은 재료준비 등으로

이것저것 분주하였으나

초선생은 그저 멀뚱거리며

기웃거렸을 뿐 뒤숭숭한 마음에

주방 주변을 들락거리면서

주둥이로 일을 하다가

자칫 국자로 뒤통수를 맞을 것 같은

분위기라 침묵 모드로 공손함을 유지하였다.


여하튼 관광버스가 주차장으로 서서히 밀고 들어오자 남다른 감회의 눈물을 삼키면서

헐레벌떡 90도로 허리를 굽혀

“구텐 탁(Guten Tag)” 외치자마자,

들어서는 멋진 금발의 여학생이

“안녕하세요”라고 쌩긋하고 웃는다.

한국어를 초선생보다 더 정확하게,

그것도 청아한 목소리로 내뱉는 얼굴에

그저 쑥스럽고 낯뜨거워 잽싸게 주방으로 도망가다시피 하니 평양댁이 쯧쯧 하고

혀를 차면서 동시에 방긋거리며 날렵하게

학생들을 인도한다.


역시 그녀는 이미 프로의 경지에 돌입한 것으로 적응력이 초선생는 차원이 달랐다.


기름통에 돈까스를 튀기고, 파스타를 끓이면서 스프와 피클 등이   줄줄이 나가고, 학생들의 옥타브 높은 웃음, 사진 찍는 모습 등은

여느 한국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은

이제는 모두가 세계인이다.


이태원 할로윈데이의 젊은이들,

러시아-우크라이나, 남-북, 촛불-태극기 등 모두가 함께이나 극단은 멈출지를 모른다.


식사 후 “아아, 뜨아”를 시켜서

제각기 컵을 손에 쥐고 나가는 학생들을 배웅하고서 초선생의 입술이 슬그머니 일그러진다.


허무한 비극과 사랑이라는

뜨거운 것은 결코 한 묶음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그러기에는 분단의 세월은

너무 오래갔다.


공자 가라사대

세상에는 지킬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命이요 다른 하나는 義이다. 하늘과 땅 사이 어디를 가도 이 두가지를 피할 수 없는 것, 그러기에 이를 “크게 지킬 것, 大戒”라 한다


오늘따라 하늘은 더욱 시퍼렇게 일렁이고, 남천 잎새가 바람에 스산하다.

겨울이 성큼 걸어온다.

이제 제발 그만 싸우고

침잠(沈潛)하자.

PS: 튀링겐대학

- 철학자 헤겔, 천체물리학자 케플러, 종교개혁이후 가장 위대한 신학자 칼바르트 등

수없이 많은 인물을 배출한 독일 명문 공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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