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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선생 Nov 14. 2022

草선생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만  위안을 받는다.


코엑스 스타필드의 서점은

모든 면에서 교보를 따라가기는 버겁다.


책장의 높이, 책을 배열한 매대의 넓이,

지나는 통로의 폭, 천장에 붙은 우드락,

따뜻한 조명, 스치는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전체의 레이아웃에

문고를 설계하고, 책을 분류하고,

장르별로 배열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책에서 나오는 힘이 아름답고

무력감은 가라앉아

다시금 지적 충만감이 차오른다.


오랜 시간을 서성댄다.


어느새

간이 식당과 카페는 스타벅스로 바뀌었다

모든 이들이 책과 커피와 차를 붙잡고

고개를 숙인 모습!


교보문고여 계속 이곳에 머물기...



프랑수아즈 사강에 대하여

Francoise Sagan(1935~2004)


PROLOGUE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프랑스의 젊은 여성이 쓴 사랑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였고, 연상 여자와 한 번쯤

연애 해보는 것도 괜찮겠군 하고

가볍게 지나쳤다.

그다지 감흥 없이 딱 그 정도만…


이 십대 초반이었으니 벌써 40년 전,

5공화국 전두환 시절의 3S(Screen, Sports, Sex)정책으로 애마부인, 무릎과 무릎사이, 고래사냥 등 에로영화의 전성 시대였고,

대부, 닥터 지바고, 영웅본색으로 청춘을 보내면서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던 기억,

민주화 투쟁이 엄혹한 80년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내 젊음을 보내고 현재를 채운

문학 음악 영화 철학 역사에 대한 것


2022년 사강을 다시 만났다

브람스를 통하여(3번 3악장을 들으면서) 느리게,


과거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천천히 느끼고자 했다. 삶이란 많은 것들 과의 새로운 경험이다.

  

사강은 나의 세대에게 상당히 친숙하다

한국적 정서에 이질적이었으나

또한 그런 것 때문에 관심을 더 끌었다.

소피마르소 ‘라붐’ 처럼

 

어린 나이, 매혹적 취향, 프랑스 소설가, 소르본 대학 중퇴, 지적이면서 중성적 이미지의 외모 등…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은 문화적 충격으로 사강을 마주한 것이다


특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랑이라는 영원한 테마로 유명 스타 영화, 작곡가 브람스, 연상연하 커플, 사강의 일탈 때문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지금껏 당당히 고전의 반열로 독자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사강  - 프랑스 최고의 감성, 유럽 문단의 작은 악마,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coise Quoirez),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1935년 프랑스 카자르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교를 중퇴하였다.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어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ㅣ. 샤갈의 사랑, 민음사표지


생일(1914) /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샤갈, 27살(결혼직전 생일 날)


샤갈은 벨라와 함께 날아올랐다


이 그림에 깃든 감정은 해석의 여지가 없다.

오직 사랑만이 가득하다

1910년 23살의 샤갈은 프랑스로 오기 전 러시아에서 벨라 로젠벨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침묵은 내 것이었고,

그녀의 눈동자도 내 것이었다"


II. 브람스는 클라라를,

    클라라는  슈만을 사랑했다


18세의 슈만을 만난 9세의 클라라, 20세의 브람스를 보는 34세의 클라라, 스승의 아내를 남몰래 사랑했고, 스승 사후에도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보호했던 남자…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부인 클라라, 그리고 제자 브람스의 강렬했던 사랑. 정신병자가 된 스승 슈만과 그 만을 사랑했던 클라라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평생 독신으로 산 브람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이란 단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수식어를 사용해 당신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 브람스의 편지 中


“슈만의 음악을 연주하며 그의 숨결을 느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온몸이 그의 음악 속에 녹아내리는 듯하다” - 클라라의 일기 中


클라라는 77년 생애 중 16년의 결혼생활 동안 슈만을 사랑했고, 43년간 브람스와 만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III.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0대때 소설을 써서 재능을 인정을 받지만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며 프랑수와즈 사강은 점점 황폐해져 갔다. 이혼, 도박, 술, 섹스, 마약, 신경 쇠약, 노이로제, 수면제 과용, 정신병원 입원… 나날이 술로 지새우는 생활이 거듭되면서 도박장 출입이 잦아졌고


프랑스 도박장에는 5년간 출입 금지 선고를 받자 도버 해협을 건너 런던까지 도박 원정을 갈만큼 망가진 그녀는 결국 빚더미 속에 묻히게 된다.


50대에 두 번씩이나 마약복용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그녀 식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9월 24일, 노르망디에 있는 병원에서 심장병과 폐혈전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뭇 도발적이면서도 동시에 통속적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그러나 줄거리의 익숙함을 걷어내고 나면, 그 속에는 뛰어난 심리 묘사와 인생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빛나고 있다.


어떻게 24세의 나이에 중년 여성의 심리를 이렇게 리얼하게 묘파(描破)해낼 수 있는 걸까?

태어날 때부터 이미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사람처럼…


10대 후반부터 생미셸 대로의 카페와 클럽을 들락거렸고, 위스키 잔을 줄곧 손에서 놓지 않았고, 문턱이 닳도록 카지노를 드나들며 인세 전액을 간단히 탕진했고, 재규어와 애시튼 마틴, 페라리, 마세라티를 바꿔 가며 속력을 즐기다가 차가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해 3일간 의식불명 상태에 놓이기도 한, 낭비와 알코올과 연애와 섹스와 속도와 도박과 약물에 ‘중독 ’된 그녀의 삶이 그녀의 문학을 압도한 격이다.


IV. 1960년대 - 사강이 활동하던 시대


68혁명과 히피로 대표되는 일명 저항의 시대


성적, 문화적, 정치적 자유주의가 확산된 때 역시 1960년대였으며,또한 현재 우리가 접하는 여러 제품과 물건들의 기본 형태도 이때 잡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비틀즈등 영국의 밴드들이 대중음악과 세계 문화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기도 했다.


인종차별 반대, 반전, 히피, 자유,

급격히 민주화와 인권중심으로 변화


미소양국의 'Moon Race'가 치열했다.


1969년 최고의 이벤트였던 아폴로 11호 달 착륙.


反戰 - Anti-Vietnam War Movement Documentary

베트남 전쟁과 결부되어 미국 내에서는 권위주의와 전쟁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청년이 주도가 된 히피 문화를 촉발, 대표적인 것이 우드스톡 페스티벌


유럽에서는 청년들의 불만이 68혁명과 프라하의 봄의 형태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기성세대와 권력에 대한 저항은 단순히 청년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는 학계를 비롯해서 사회 전반에 퍼져 나간다. 게이 등 소수자의 인권이 신장되는 기점이 된다.


존 F. 케네디, 마틴 루서 킹 목사,

맬컴 엑스, 로버트 케네디 암살


일본 고도성장기이자 1964 도쿄 올림픽 개최


중국 마오쩌둥은 1966년 문화 대혁명을

일으키며 실용주의 경제 정책 추진


한국, 1960년 4.19 혁명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쿠데타

         1965년 2월 20일 한일협정

         1968년부터 2년간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개통


영국 밴드들, 비틀즈는 물론, 롤링 스톤즈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더 후나 킹크스, 크림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인기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수준도 뛰어나서 다수의 명반들이 60년대에 발표


미국의 경우 영국 밴드들 외에도 밥 딜런으로 대표되는 포크 음악이 인기를 끌었고,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한 서던 록이 196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이키델릭 음악이 성행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히피 문화가 성행했다. 히피족들의 지지에 더불어 우드스톡 페스티벌 같은 음악 축제들도 크게 성공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아트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던 시기


영화계는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줄리 앤드류스,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워렌 비티, 말런 브랜도,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만, 장폴 벨몽도, 알랭 들롱 등 활동


전설적인 첩보영화

시리즈 007 시리즈가 시작된 연대


V.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Francoise Sagan

(25세, 1960년 출판)                                                          


 여성은 항상 약자이다


가부장 제도 하에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은 1960년대에서 60년이 지난 2022년에도 한국사회는 여전하고 유사하다.


로제와 시몽 모두 자기가 원하는 것을 폴이라는 여성에게 요구하고 관철시키려 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 사고를 지배하는 남성 중심적 사고 때문에 말이다.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우월주의로 잘못 받아들여져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페미니즘의 본질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해방이다.


사랑, 구애, 결합이란 동물적 본능이며

그러한 감정을 마음에 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몸짓이다.

다만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지 않도록 또는 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스스로 쳐 놓은 울타리 내부에서 행동하고, 통제하고, 절제시키는 현 상황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 본능의 발산에 따른 책임은 자기 스스로 짊어져야 할 아킬레스 건이며, 시지프스의 돌덩이처럼 산 아래로 떨어질 때 마다 끊임없이 밀고 올라가야 할 인간의 멍에이다.


그러나 태양이 찬란하고, 달빛이 황홀한 절대적 순간이 올 때마다 다수의 인간은 억제할 수 없는 본능, 이끌림에 굴복한다


사랑이 특별한 이유는 가끔만 주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신이 현재의 우리에게 준 공평하고 황홀한 마법 같은 선물이다.


로제는 늙은 시몽이며, 시몽은 젊은 로제이다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 자신은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폴은 한편으로는 감정의 양면성, 관성을 이어가려는, 또는 벗어나려는 이중적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서 불안감을,다른 한편으로는 신선한 호기심을 누리려고 한다


 사랑의 덧없음, 계절

 - 이른 봄, 깊은 가을, 늦은 겨울


로제(늦은 겨울)와의 일상 속에서 권태롭게 살아가는 폴(깊은 가을),

젊고 순수한 청년 시몽(이른 봄)으로 인해 겨울의 끝자락을 떨쳐버리고자 한다


세월을 겪어 낼수록 ‘사랑의 영원성’보다 ‘사랑의 덧없음’을 깨달아 가는 인물들, 사강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픽션은 현실 어딘가 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한 우리의 삶과 너무도 닮아 있다.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의 사랑

- 늘어진 권태로움, 팽팽한 긴장감

- 달콤하거나 짜릿한 아픈 통증

- 미칠 것 같은 그리움, 잠 못 이루는 황홀한 열병

- 결코 지칠 줄 모르는 격렬한 열정

- 불 같은 질투, 달아오르는 두근거림

- 아름답고 찬란한 환상 같은 세계  

- 끊임없이 주고만 싶은…

- 시몽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로제가 가지고 있는가? 또한 그 반대는?


 모든 생물은 시간 앞에서 굴복


사랑스러웠던 자신을 시나브로 죽여 온 것은 결국에는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습관처럼, 혹은 그녀의 일상에 이미 각인되어버린 로제에게로 돌아간다.  위기를 지나고 나서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로제에게로 마치 중력에 이끌리듯 폴은 다시 그 진절머리 나는 굴레 속으로 자진해서 갇히기로 한다.


 경계-인(境界人)처럼, 兩面性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는 사람, 즉 현대인의 삶 아닌가?

- 어둠과 밝음

- 현실과 이상

- 나이듦과 젊음

- 사랑과 이별

- 부와 빈곤

- 슬픔과 기쁨

- 결혼과 이혼

- 남과 녀

- 죽음과 삶 사이


VI. 영화 - Goodbye Again, 이수(離愁)

     1961년 잉그리드 버그만, 이브 몽탕,

                   안소니 퍼킨스 주연


---함께 하려고 마음먹는 순간(연애, 동거, 결혼 등) 까지가 사랑이다. 바로 현실이라는 악마가 들이닥치면 신조차 막을 수 없다---


아나톨 리트박 감독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1961년에 나온 고색창연한 흑백 영화로 프랑스와 미국이 합작해서 만들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는 소설의 원제목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로, 미국에서는 <굿바이 어게인(Goodbye Again>, 우리나라에서는 <이수(離愁, 이별의 슬픔)>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세계적인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50대의 나이로 주인공 폴 역을 열연했으며,

그녀의 바람기 많은 연인 로제 역으로는

유명 샹송 가수 이브 몽탕이, 폴을 좋아하는

젊은 변호사 역으로는 <사이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미국 배우 안소니 퍼킨스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원작의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이 엑스트라로 출연하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던 영화이다.


폴은 시몽의 관심이 싫지는 않지만, 그가 자기에게 갖는 애정이 순수하게 男(남).女(여)간의 이성에 대한 관심인지, 아니면 연상의 여인에게 느끼는 모성애적 관심인지 몰라 안타까워한다.


“나는 너무 늙었어. 늙었다구.”


연상의 여인과 젊은 남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브람스의 삶과 닮아 있다. 브람스 역시 평생 동안 스승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연모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시몽이 폴을 브람스의 작품이 연주되는 음악회에 초대하도록 한 배경에 이것을 암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몽은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느냐고 물은 것일까?


폴라와 시몽이 음악회에서 감상한 곡은 브람스의 교향곡 1번과 3번이다. 영화에 나오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1876년, 브람스가 나이 마흔 살이 넘어 발표한 첫 번째 교향곡이다. 이것은 당대에 이름을 날리던 다른 작곡가에 비해 무척 늦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상에서부터 완성까지 무려 20년이 넘게 걸렸는데, 그가 이토록 교향곡 발표를 망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베토벤 때문이었다.


베토벤이 기념비적인 교향곡 아홉 개를 내놓은 후, 작곡가들 사이에서는 “베토벤 이후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베토벤의 교향곡에 버금갈 만한 작품을 내놓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브람스는 왜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느냐는 한 친구의 질문에 “베토벤의 위대한 발소리를 등 뒤로 들으며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느냐.”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베토벤이 애써 세워 놓은

교향곡의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그로 하여금 선뜻 교향곡을

작곡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브람스가 오랜 세월 고심한 끝에 세상에 내놓은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당대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우 같은 사람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 나왔다.”고 얘기할 정도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베토벤의 전통을 이어받은

불멸의 교향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암흑에서 빛으로’ ‘고뇌에서 기쁨으로’ 나아가는 삶에 대한 인간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그녀의 삶 때문이었을까?

사강의 소설 속에서는 짙은 허무의 냄새가 난다. 삶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도…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

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그러나 프랑수와즈 사강은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2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3년이라고 해 두죠.”


반드시 변하는 것이 사랑의 속성이라면, 그녀의 말처럼 세상에는 영원한 사랑도 없고 영원한 열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장 죽을 것 같은 불 같은 사랑도

결국 시간이 흘러가면 잊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사랑의 유통기한이 인생의 어느 특정 기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위로가 된다. 인생의 어느 순간이든 사랑할 수 있고

비록 영원히 지속되지 못한다 해도 그 순간의 열정을 확신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 대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암흑에서 빛으로’ ‘고뇌에서 기쁨으로’ 나아가는 삶에 대한 인간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폴과 시몽이 객석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 장면에서 주제 선율이 나오기에 앞서

호른이 부는 평화로운 멜로디가 등장한다.

이것은 알펜호른(알프스 호른)의 선율인데, 여기에다 브람스는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에게 보내는 헌사를 붙였다.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고,

나는 당신에게 천만 번의 인사를 보냅니다.”


교향곡 1번의 4악장과 더불어 영화에서 주제음악의 역할을 한 것은 교향곡 3번의 3악장이다.


사실 브람스 교향곡은 대부분 내성적이고 함축적이고 진지해서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음악으로 쓰인

3번의 3악장만은 예외이다.

멜로디가 아름다워 대중음악가들이

로맨틱 버전, 에로틱 버전 등

다양한 스타일로 편곡해서

연주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도 다양한 버전의 3악장이 나온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의 멜로디는 너무 달콤하고 몽환적이어서

얼핏 들으면 브람스 작품이 아닌 것 같다.


폴은 시몽의 사랑이 비현실적인 로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극히 현실적으로 대응했고, 이에 시몽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영화에서 시시 때때로 울려 퍼지는

브람스의 멜로디는 환상은 환상으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사강이 실제로 브람스 작품을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브람스’라는 단어는

좋아한 듯하다.

그녀의 고양이의 이름은 ‘브람스’다.


불안했을지 모른다.

젊은 남자와 만나는

중년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기 사고를 지배하는

남성 중심적 사고 때문에 말이다.


EPILOGUE


시몬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서‘여성들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폴도 남성 가부장사회에서 주체성을 가지지 못한 여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폴이 페미니즘에 익숙했더라면 어땠을까?

기다리는 여성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주도적인 삶을 사는 여성이지 않았을까?


대상에 대하여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일 때,

그 만큼 성숙되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나이 탓일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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