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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선생 Nov 16. 2022

草선생

-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자연과

부자연(Artificiality, unnaturalness)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고뇌


청년시절에 읽은 헤세와

최근 펼쳐 본 몇 권의 책들은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마음의 가파른 정서를 비켜

문학의 순결함을 새롭게 전한다


특히 대가들이 어릴 적부터 경험한 사계절의 변화와 시공간을 넘는 자연에 대한 무한의 애정, 세밀한 묘사는 인간의 모든 행위와 사고는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고 최종적으로 다시 하늘과 흙으로 회기 한다는 이치를 일깨운다

 

감정이 배제된 부호의 시대에

신과 자연의 존재란 어떤 것인가?


20C 초 청년 물리학자 하이델베르크와 원자 이론의 대가 닐스 보어가 숲 속을 걸으며 나누었던 대화,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한 산책로에 붉게 피어 오른 수많은 장미, 토마스 만 마의 산에서 능선을 타고 쌓인 눈 더미와 얼음 틈에서 새어 나오는 으르렁 소리, 소로의 월든에 피어오른 아침 안개와 계곡에 흐르는 차가운 물 그리고 새들의 몸짓, 나무와 나무를 오가는 바람… 청설모의 사소한 속삭임마저 부드럽게 안아주는 장엄한 자연의 섭리


모든 인간의 정치와 사회 부조리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도 자연에 순화되고, 논리와 이성은 낙엽에 묻혀 오로지 침묵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이다 -김영민


수레바퀴 아래 눌린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잔잔하게 때론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스 기벤 라트는 권위적인 기성사회의 위선에 부딪혀 마침내 죽음으로 삶을 마무리한다   


헤세 자신 수도원을 자퇴하고 바퀴에 깔리는 숨 막히는 현실에 부딪혀 십 대에 자살을 시도하나 한없는 위안과 정감을 소유한 자연의 품 안에서 어린 시절 추억을 위태롭게 회상한다

 

“일 년 내내 한 달에 한 번 꼴로 애타게 기다려지던 일들이 있었다. 풀을 말리는 일, 토끼풀을 베는 일, 첫 낚시질에 나서는 일, 가재를 잡는 일, 호프를 거둬들이는 일, 나무를 흔들어 자두를 따는 일, 불을 지펴 감자를 굽는 일, 그리고 곡식 타작을 시작하는 일 등…


가을이 깊어 가고 있었다

검푸른 잣나무 숲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활엽수들이 횃불처럼 노랗게, 혹은 빨갛게 불타고 있었다. 골짜기에는 벌써 짙은 안개가 자욱이 끼여 있었고, 아침에는 차가운 강물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문학 전체를 관통하는 자연과의 지극한 대면,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과 싱클레어, 기벤 라트를 통하여 청춘의 절망과 아픔을 투명하게 전하고 있으나 이는 현재와 미래의 청년 세대에게도 절박한 문제이다


위대한 작가는 시간에 묶이지 않고 불멸의 작품으로 시대의 가치와 정신을 넘어서는 예지력과 공감력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에게 종속된다는 것은 매우 절망적이다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그리하여 갈등과 허무가 늘 상존하는 현실은 참을 수 없는 자괴감으로 마음에 구멍을 뚫는다


수레바퀴 아래 깔린 현실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하여 절망을 뛰어넘는 강철 같은 의지가 내게도 필요할 듯하다    

빛나는 태양 아래 강화도 동막 갯벌을 옆으로 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리면서 해야 할 일을 집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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