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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선생 Nov 12. 2022

草선생

- 파우스트에 대하여 I

지금까지 두세 번 시도했으나

완독은 처음이다.

서양 고전에서 재미와 교훈,

두 가지 모두를 누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에도 대충 줄거리만 스쳤을 뿐

단어와 행간의 의미를 되씹고 삼켜서

수백 년을 이어온 서양 설화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기란 녹녹지 않다.


60년 기간에 걸쳐

(상당기간 중단하고 방치했던 시절을 포함)

수정, 보완하여 고전의 반열에

올린 괴테 필생의 대작

파우스트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단테의 신곡 등도 있지만...


서양 체제의 근간을 이루며

그들 생활 저변에 스며 있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정치, 역사,

철학,법률, 종교 그리고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치는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

서양문명 초기에 형성된

온갖 설화와 천년 이상 지속된

사상의 편력을 인지하고 공감하기란

이방인으로서 지극한 한계이며,

지적 빈곤을 재차 확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전을

대할때마다 비틀리고 꼬이며

개운치 않은 그 무엇이 남는 것은

왜 인가?


우리가 가진 보편적이고 공감을

발하는 독창적 문화와 설화들이

헤아릴 수 없음에도

지금껏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실체화 못한 지식인들의 무능,

무 책임, 천박한 밥그릇 싸움은

피로감을 넘어 열등과 부끄러움으로

도랑에 처박힐 지경이다.


산업 인프라, 디지털 테크에서는

초 격차 글로벌을 지향하나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에

이르러서는 빈약하기 이를 데 없어

(세계적 베스트셀러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서양인의 고전과 사유 깊은

저술들을 접할 때는 경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


다만, 왜 우리는

아동기의 자녀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 동화로, 고전으로 읽히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은 절대적 필요성이나

가치가 있는 것인가?


우리의 아동문학가 방정환, 마해송,

윤석중, 김요섭, 박홍근, 어효선,

강소천, 이원수 등 수많은 분들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꿈과 사랑,

우정과 상상력을 키워내는

동화집을 어린 시절 늘 곁에 두고

성장하였음에도 도대체 그리스와

로마 신화 류 등이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네 민담이나 설화,

창작 동화를 압도하고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선택되고 만 것인가?


자본에만 탐닉한 작가와 지식인들의

작태는 통렬하게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무력과 전쟁 속에서 잔인하게 살육하고,

도발하고, 무차별 성교하며,

예쁘고 힘세고 조각 같으며,

추하고, 더러운 신과 인간의

별의별 추태를 우리 아이들이

왜 세계의 고전으로 읽어야 하는지?

이것을 습득해야만 한국은 선진으로

향하는 것인가…


대학의 필독서, 학력고사 추천도서,

교양인 100선 등 서양인의 시각에 맞춘 출판사들의 세계 전집 등에

이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물론, 다양한 문화를 자유로이

접하는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 것에 대한 지식인들의 폭넓은

관심과 지난한 노력이 더욱 진지하고

절박하게 독자들을 향하여야 한다.


승려, 파계, 방황 기행의 삶을 거치며

시를 평생 업으로 삼아온,

거의 십 수년 노벨상 수상에 오른

작가라고 처 받들었던 “고은”을

어설픈 성희롱 미투(?) 한방에

거꾸러뜨리는 세태는 80세 괴테가

19세 여성과의 사랑을 위하여

온갖 추태를 저지른 사실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서양의 정상의 예술가들이

여성들과의 추문에도 문화 고유의

명성을 견지하는 현실은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잊혀 가는 노 시인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함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와 개인,

철학의 부재가 세상을 어지럽힌다.

     

파우스트를 읽으며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자신에게 절망한다.

노력하는 자,

영생을 누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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