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폭설 아래 묻힌 말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는 침묵이
도시의 표면을 덮는다
그 아래에 제때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
미열처럼 남아 있다
식지도 못한 채, 사라질 힘조차 없이
도시는 소음을 반복한다
그 반복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 사람은 없다
단지, 하루는 또 하루 위에 얹히고
남는 건 서로의 잔해뿐
불러내려 하면 더 멀어지고,
듣기 위해 손을 대면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흩어진다
그래서 이 저녁은
무너지지도, 완전히 버티지도 못한 채
적당히 남아 있다
그 적당함이,
기묘하게 오래 지속된다
눈 아래 묻힌 말들은
아마 이 모든 피로의 이름이었을 텐데
이미 너무 깊이 묻혀
아무도 들어 올릴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