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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 그 자리에 있다면

ㅡ 오르페우스의 상실



처음부터
우리 사이에는 미세한 당김이 있었다.
설명되지 않는 어떤 힘,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거리

나는 종종 오르페우스* 같았다
확인하고 싶어 뒤돌아보는 존재
확인이 사랑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지만,
돌아보는 순간
가장 가까웠던 것은 늘 멀어지곤 했다

당신은 말하지 않았다
어딘가 천천히 멀어지는 기척이
늘 나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 기척은 내가 잡고 있는 줄을
조금씩 떨리게 했다

우리는 서로를 당기면서도
붙잡지 못했다
사랑은 종종
너무 가까우면 부서지고
너무 멀면 끊어지는 줄과 같아서
그 중간을 찾는 데
우리는 실패했다

돌아본다는 건
확인하려는 몸부림이었지만
결국 애정의 방향을
바꾸어 놓는 일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우리는 줄을 놓지 않았다.
당김과 멈춤 사이,
그 불안한 긴장에서만
사랑이 잠시 살아 있었다

우리가 끝내 배운 것은
아주 단순한 사실이었다
사랑은 붙잡는 힘이 아니라
놓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당기는 힘이라는 것.

오르페우스의 걸음이
돌아봄으로 모든 것을 잃었듯
확인보다 믿음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당신이 어디쯤 있는지 보이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이 얇은 떨림을 통해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낀다

사랑이란
그 정도면
충분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르페우스 - 그리스 신화의 시인이자 음악가,
저승의 사공과 수문장을 복종시키고 하데스를 감동시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려오려 했으나 마지막에 뒤를 돌아보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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