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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 그 자리에 있다면

ㅡ 흔적의 조율



도시는 하루 내내
흐릿한 발자국을 끌어당겼다

멈춰 선 자리마다
보이지 않는 결들이 쌓이고,
그 위로 조용한 흔적이
느릿하게 길어졌다

어떤 말도 붙잡히지 않았고,
그저 이어지는 걸음들만
낯선 방향으로 기울었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의지 같은 것,
그러나 누구도 이름 붙이지 않는 것,
그것이 오랜 습관처럼
몸 안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



도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늘어진 그림자가
자신의 모양을 스스로 조정해가듯
작은 균형을 복구할 뿐이었다

그 미세한 복구가
오늘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새 길이 열렸다
확실하지 않고, 말할 수 없지만
걸음을 떼는 순간,
누구에게나 길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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