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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ekim Mar 15. 2019

예민함과 재능, 그리고 성공에 대하여

예민한 사람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타고난 재능이 많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재능은 예민함에서 온다. 예민하다는 건 외부의 정보를 더 많이 수용하거나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예민함과 재능 사이에는 비례관계가 존재하지만 성공과는 별다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능이 성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예민함에서 출발한 재능이 성공으로 귀결되려면 몇가지 조건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1) 피로감의 문제


예민하다는 건 뇌가 남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피로하다. 이 피로감은 우울감이나 무기력으로 자주 이어진다. 그리고 자주 아프다.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이야기이다.


2) 생각의 문제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는 정보를 정리하거나 처리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예민한 사람 뇌에는 성격이 다른 온갖 정보들이 홍수처럼 밀어닥치기 때문에 대부분 에너지를 정보를 처리하거나 정리하는데 할애해야 한다. 흔히 '생각이 많다'로 표현되는 현상인데 이런 현상이 남기는 다른 부작용은 행동력의 고갈이다.  예민한 사람은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미지의 영역에 발딛는 것을 극도로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들은 소화가능한 정보량이 주어지는 익숙하고 안전한 영역에 머물고자 한다. 


3) 불필요한 분노와 좌절


예민한 사람들은 세상의 부조리한 것들을  훨씬 더 부조리하게 느끼도록 타고난 사람들이다. 외부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갖는다. 때문에 스스로 만든 엄격한 기준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견딜수 없이 화가 날때가 많다. 심지어 타인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자신의 모습에도 화가 난다.


4) 온갖 거슬리는 것


타인은 물론이거니와 조명,위치,온습도,소음 등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온갖 것들이 그들에게는 거슬리는 것이다. 어제 들었던 작은 핀잔,목소리가 큰 지인,타인의 태도 등으로 그들의 시간은 완벽하게 망가진다. 


5)불안의 문제


예민도와 상관없이 타고나길 불안한 사람이 있다. 둔감한 사람도 정서적으로 얼마든지 불안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둘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쉽게 불안해진다. 예민한 신경 자체가 자율신경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통의 기준에서 이해할수 없는 수준의 불안을 느낀다. 타인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걱정거리도 그들에겐 재난이다. 타이슨은 자신을 돋보기를 달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묘사한 바 있는데 상당히 적확한 묘사다. 때문에 그들이 의식적으로는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더라도 결과는 대체로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매일매일 해결해야할 마음속 진흙탕을 더 가지고 있다. 예민함은 재능을 주지만 그 재능을 꽃피우게 할만한 다른 조건들을 대부분 빼앗아 간다. 그나마 타인을 접촉할 필요성이 덜한 예술계통 종사자는 안전화된 서식지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켜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애초에 born rich로 태어나거나 직업 자체가 타인과 교류할 필요가 적은 경우가 아니라면 예민함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듯 하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볼때가 있는데 대체로 그들에게는 선택적 둔감력이랄까 하는 능력이 있다. 후천적으로 길러낸 능력일때도 있고 무의식적인 방어기제일때도 있는데 어찌됐건 간에 예민한 사람들이 성공을 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형태의 둔감력이 만들어진다. 


둔감력은 타고나길 둔감한 사람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것이다.둔감력이란 예민함이 발생시키는 독성을 빠른 시간안에 해독하거나 차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보통 예민한 기질을 압도할만큼 더 큰 무엇이 존재하거나(예컨대 자식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절대적 존재의 규율 등) , 사후적인 훈련을 통해 예민함이 낳는 파괴적인 결과를 제어하는 경우이다. 



3년전에 쓴 글에서도 예민한 사람은 그에 맞는 껍질도 갖춰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 껍질이 바로 앞서 말한 둔감력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다. 물론 돈이 많거나 좋은 가족을 갖는 것도 좋은 껍질이기 때문에 '력'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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