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엄격해진다는 것의 의미는 예언하고 예측하는 야심을 포기하는 것이다.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미래의 사태가 학적 결과물로 표현될 수 없다거나 학적추구를 통해 획득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자들의 설명은 그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뿐이다. 아무리 정교한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학적훈련이 되지 않은 일상인들에게 이론은 현실에 대한 묘사나 재현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론은 학자에 의해 선별된 조건들로 이루어진 논리적 구조물이다. 때문에 이론의 조건과 현실의 조건은 같을 수 없다. 이론은 현실의 어떠한 측면을 반영하거나 표현할 뿐이다. 만약 특정이론이 어떤 조건들로 구성되어있는지를 섬세하게 구분하지 않고 이론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현실인식은 점점 요원한 것이 될 것이다.
무질서한 다독자가 현실에 대해 환상적인 표상을 갖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우리는 흔히 이 환상을 이데올로기라 부르곤 한다.
이 이데올로기는 이론이 가진 본질적인 속성으로 생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과학적으로 엄격해지지 못한 과학자들의 과욕에서 생산된다. 사실과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세상의 수많은 층위들이 과학자들의 과욕으로 가짜질서를 얻는다.
물론 과학자들의 설명은 거짓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짓은 아니지만 그들이 획득하지 못한 과학적 지위를 과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해석과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발생하는 믿음들이 마냥 해롭기만 한 것인지는 더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