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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ekim Sep 30. 2019

전략과 삶

대부분의 마케팅서적과 자서전들은 CEO의 전략적 판단을 극적으로 묘사하기를 즐기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전략적 판단이나 행위가 회사를 더 낫게하기 위해서는 온갖 지리멸렬한 하위노동들이 그 판단 밑을 떠받쳐야한다. 때문에 실제로 관념으로서의 전략이 현실의 모습으로 갈음 될때에는 처음의 것과 전혀 다른 무엇이 된다.

물론 전략에 의해 큰 성과를 이뤄낸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어떤 회사든 특정한 전략적 판단에 의해 크게 망하거나 흥한다면 애초에 그 안엔 큰 문제가 존재했을 확률이 크다. 대체로 그 문제는 두 가지 형태로 드러나는데 반드시 해야할 것을 안하고 있었던 경우이거나 시장의 방향과 역행하고 있었던 경우이다. 했어야할 것들을 다시 하게 된다면 혹은 틀린 방향을 옳게 고쳐 잡는다면 당장 큰 성과를 거두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상적인 회사에는 이런 큰 실수가 장기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전략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략이란 완벽히 준비된 해답을 내놓는 과정이 아니라 시장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 사이를 끊임없이 곁눈질하며 51%의 확률을 찾는 과정이다. 보다 나은 결정, 보다 나은 판단을 위해 계속해서 물갈퀴질을 하는 일이다. 어제의 시장과 오늘의 시장은 늘 같은듯 다르다.그렇기 때문에 전략가는 한쪽 눈은 시장에 두고 한쪽 눈은 회사를 살펴야한다.

이 곁눈질을 충실히 해왔던 회사에서는 대단한 격변과 용단이 필요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삶에도 대단한 전략과 솔루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반성과 성찰로 충실하게 살아온 삶에는 격변이 낄 틈이 없다. 갑자기 잘되고 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누군가의 성공은 대체로 보이지 않는 51%의 노력들이 내준 보상이다. 물론 요행으로 작은 노력에도 큰 보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 운은 내가 잡으려고 한다고 잡히는 것도 아닐뿐더러 피하려고 해도 마땅히 피해지는 것도 아닌 운이다. 삶이 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했던 작은 거짓말,욕망에 휘둘려 저지른 사소한 실수, 쉽게 타인을 경멸하고 저주했던 그 성마름. 이런 작은 일상의 누수들이 결국엔 망하는 삶을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일상의 작은 인내와 노력들은 삶의 행복을 성립시키기위해 치뤄야하는 댓가이지 않을까도 함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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