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규교과과정에 사회학이 포함되어야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회학이 다른 학문에 비해 더 나은 학문이라서가 아니고 사회학적 사고가 가진 윤리적 특성 때문에 그렇다. 사회학적 사고가 보장하는 윤리적 요소는 의심과 논증에 뿌리를 둔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의심과 논증의 윤리의 중요성은 커진다. 현실의 복잡성이 지나치게 큰 경우, 그리고 특정 현상이 단독적인 사건이 아니라 주변의 여러 현상과의 유기적 관련 안에서 존재할 경우에 일상인의 감각은 무용해진다. 일상인의 감각적 판단은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논리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일상인의 한계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나 윤리가 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것이지만 언론은 그보다 더 강력한 자본의 논리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기대는 사실상 속편하고 한가한 기대이다.
다시 말하지만, 생활인들의 일상적 감각은 일정 수준 이상의 복잡도를 처리하는데에는 대체로 무력하다. 특히 정치적 문제나 사회적 문제에서는 그 본질적 정보 대신 그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와 주변인들의 평가가 생활인들의 판단을 결정하는 주요소가 된다. 반면 사회학은 일상적 감각이 주는 직관을 잠시 유보하고 주어진 정보 안에서의 논리적, 관계적 적합성을 따지도록 훈련시키는데 적합한 학문이다.
사회학의 세계에는 나쁜놈과 착한놈이 없다. 현상과의 관련도에 따라 분류될 뿐이다. 이 세계에서는 마땅한 이유없이 사랑받거나 증오받는 사람이 없다. 화난 조커도 그런 조커를 사랑해줄 사람도 없다.
결국 공염불이지만 사실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