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쪼랩일때 애지중지 모았던 아이템들은 어느 시점을 넘어서는 순간 인벤토리나 차지하는 쓰레기가 된다. 예전엔 요긴하게 쓰이던 칼이며 방패들이 공간이나 차지하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이 고물같은 아이템들을 얻겠다고 밤을 새고 호들갑 떨던 지난 시간이 우습게만 느껴진다.
인생에도 그런 순간들이 많다. 내가 처음 회사를 맡았을때에도 모든게 두렵고 낯설었다. 하나 하나 내게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고 잘해낼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불안으로 밤잠 못이루던 날들이 있었다. 지금 나는 어떤 일에도 별로 놀라지 않고 겁내지도 않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 초연할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니깐 그 막연한 걱정과 불안이 지금의 초연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투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간은 어떤 영역이던 간에 그 엉성하고 어설픈 시간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삶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일과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의미있고 가치있는 질문은 쓸데없고 어리석은 질문을 반복한 이후에 등장한다. 그 앞선 과정을 건너 뛰고서 곧장 갈수 있는 법은 없다고 본다.
물론 나보다 더 지혜롭고 뛰어난 누군가는 내가 겪은 시행착오 없이 곧장 옳고 타당한 길로 갈수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행운을 바랄바에 최대한 빨리 그 찌질한 시간을 적극적으로 겪어내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 찌질한 시간을 반복적으로 겪어야만 진짜 게임이 열린다.
그러니깐 진짜 게임을 위한 예비게임들이 세상엔 늘 있고 그 예비게임에서 도망가거나 지나치게 상처입을 것이 아니라 가장 빠른 길로 돌파해가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뭔가 인생이 잘 안풀린다면 내가 지금 예비게임들을 하고 있고 이 게임에 최대한으로 적극성을 보여야 진짜 게임이 빨리 열린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