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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ekim Sep 20. 2020

켠김에 왕까지

게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쪼랩일때 애지중지 모았던 아이템들은 어느 시점을 넘어서는 순간 인벤토리나 차지하는 쓰레기가 된다. 예전엔 요긴하게 쓰이던 칼이며 방패들이 공간이나 차지하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이 고물같은 아이템들을 얻겠다고 밤을 새고 호들갑 떨던 지난 시간이 우습게만 느껴진다. 

인생에도 그런 순간들이 많다. 내가 처음 회사를 맡았을때에도 모든게 두렵고 낯설었다. 하나 하나 내게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고 잘해낼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불안으로 밤잠 못이루던 날들이 있었다. 지금 나는 어떤 일에도 별로 놀라지 않고 겁내지도 않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 초연할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니깐 그 막연한 걱정과 불안이 지금의 초연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투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간은 어떤 영역이던 간에 그 엉성하고 어설픈 시간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삶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일과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의미있고 가치있는 질문은 쓸데없고 어리석은 질문을 반복한 이후에 등장한다. 그 앞선 과정을 건너 뛰고서 곧장 갈수 있는 법은 없다고 본다.

물론 나보다 더 지혜롭고 뛰어난 누군가는 내가 겪은 시행착오 없이 곧장 옳고 타당한 길로 갈수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행운을 바랄바에 최대한 빨리 그 찌질한 시간을 적극적으로 겪어내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 찌질한 시간을 반복적으로 겪어야만 진짜 게임이 열린다. 

그러니깐 진짜 게임을 위한 예비게임들이 세상엔 늘 있고 그 예비게임에서 도망가거나 지나치게 상처입을 것이 아니라 가장 빠른 길로 돌파해가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뭔가 인생이 잘 안풀린다면 내가 지금 예비게임들을 하고 있고 이 게임에 최대한으로 적극성을 보여야 진짜 게임이 빨리 열린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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