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사람이 그 멍청함으로 망하는것처럼 똑똑한 사람도 똑똑한 것을 이유로 망한다.
일단 똑똑한 사람에게는 대체로 더 나은 옵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효율에 대한 환상,그리고 자기에 대한 과잉평가가 있다. 무슨 뜻이냐하면 현재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 선택옵션인지를 지나치게 오래 고민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인생엔 그 자체로 좋은 옵션이라는 건 거의 없다. 그냥 저냥 괜찮은 옵션을 정하고 그 옵션이 가진 벨류를 빠르고 확실하게 실현하는 것이 인생에서의 최선이다. 똑똑한 사람들은 나중에 이러면 어쩌지? 더 좋은게 있었으면 어떡하지? 이게 최선일까? 이걸 해서 잃게 될 뭔가가 없을까? 온갖 생각으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참고로 이번주에 우리집에서 이틀을 자고간 내 친구는 책을 다섯권 뽑아놓고서 뭘 먼저보는게 나을지, 어떤책이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을 줄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한장도 읽지 않았다.
또 하나는 효율에 대한 환상이다. 뭘 해야할지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실행하는 과정이 느슨하다. 꾸준하지 못하고 다시 뒤를 돌아본다.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론이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 맞는지, 효율적인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계속해서 고민한다. 물론 그런 검토과정은 때론 득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다. 그런 검토과정이 사실은, 본인도 잘 모르겠지만 '하기 싫다'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깐 '하기 싫다'가 먼저고 그 하기 싫음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정이 효율과 방향에 대한 지나친 검토경향이라는 뜻이다. 간절히 해내고 싶은 사람의 검토와는 다른 방향인 것이다. 때문에 결국 검토의 마지막은 '다시 처음으로'가 된다.
마지막으로 자기에 대한 과잉평가다.
똑똑한 사람은 본인보다 덜 똑똑한 , 혹은 현저히 멍청한 사람들을 수없이 보고 자란다. 때문에 저 멍청한 사람들이 나보다 더 앞서거나, 더 많은 것을 해낼거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건 정말 큰 착각이다. 실제로 나보다 훨씬 못나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성과와 업적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무척이나 많다. 즉 '빠짝' 노력하면 언제든지 그들을 붙잡고 압도할수 있다고 믿지만 대체로 가치있는 것들은 오랜 노력과 관심의 결과로 얻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미루고 또 미룬다. 시간은 하루하루 야속하게 흘러가고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변하는 것은 없다.
사실 무엇이건 꾸준히 적당한 시간으로 매일같이 하면 그 매일이 쌓여서 눈에 보이는 뭔가로 바뀐다. 그 단순한 일을 대부분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인생은 어찌보면 쉽다면 쉬운 것이다.
진짜 인생이 마치 저기 너머에 존재하는 것처럼 살아선 진짜 삶은 한순간도 살아 낼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