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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Jun 20. 2021

울지마 인턴

의사는 환자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에서 치유받기도 한다

현직 외과 의사가 쓴 초보 의사의 성장과정을 다룬 따뜻한 이야기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울지마 인턴』은 현직 외과 의사가 쓴 의료 소설이다. 첫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인턴 1년 차 초보 의사인 25세 아메노 류지는 병원에서 겪게 되는 어려운 과정들 때문에 힘든 생활을 보낸다. 그리 맑음은 아닌 상태인 초보 의사의 이야기는 우리 가족 혹은 이웃의 한 사람의 이야기다. 좌충우돌 실수와 경험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이다.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직속 상사인 레지던트 의사, 사토 레이 앞에서는 늘 긴장이 되고 눈치를 보게 되는 레지, 초보 직장인의 모습 그대로다. 의사들도 처음에는 능숙하지는 않았을 터, 서툴고 긴장되는 새내기 의사의 모습에서 우리와 똑같은 이웃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예전에 아이들 상담을 위해 학교 선생님과 대면할 때면 느끼던 그 긴장감과 주눅 들던 내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교사인 동생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선생님도 우리 이웃, 우리 가족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생일 수도 있고 이모일 수도 있는 한 사람으로 생각을 하니 조금 편해졌다. 내가 선생님을 만날 때 긴장하듯 선생님도 학보모를 만날 때 긴장하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처치만 못하는 게 아니라 그 눈물을 닦아주지도 못하는 나 자신이 정말 한심스러웠다. 이래서 난 안 되는 거야. 류지는 휘청거리며 병실에서 복도로 나왔다. 그러자 바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복도를 지나 화장실로 뛰어들어가지 마자 변기에 얼굴을 박고 토해버렸다.  - 울지마 인턴, p220
이렇게 기쁜 일이 또 있을까? 가만히 있는데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런 기쁨은 의사가 되고 나서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중략)... 그동안은 암 선고, 사망 선고, 그리고 사망 확인까지 의사를 하면서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울지마 인턴, p226


의사들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하면서 겪는 어려움들과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치료 중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그 결과를 환자와 가족에게 전해주어야 할 때 더욱 힘들기도 할 것이다.


어느 날, 일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오게 된다. 류지는 일가족의 진료 현장을 직접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어린 환자가 걱정되어 집에도 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한다. 재수술을 할 위기에 처했을 때 전전긍긍 걱정으로 보내지만. 다행히 그런 상태까지 가지 않고 회복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한다. 


질병과 사고를 통한 고통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초보 의사여서 능숙하지 못해 처치도 제대로 못해주고 실수도 하지만 어쩌면 아파하는 가족에게 심리적인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가끔 의사에게 느끼는 권위적인 태도와 딱딱한 말투에서 실망하거나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 의사들도 처음에 가졌던 초심은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떤 곳에서든 어떤 일을 하든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환자는 의료 행위를 통해 치료받고,
의사들은 환자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받기도 한다. 


류지는 어렸을 때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다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데 그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은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겨준다. 형에 대한 이야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않고 가족들과 형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그런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된 류지는 환자들에 대한 생각이 특별하다. 특별한 마음 쓰임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환자들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의사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게 해 준다. 환자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 현장에서 트라우마도 극복하게 된다.


... 그 어린애가 불평불만 하나 없이 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싸우더라고. 결국엔 다 나아서 퇴원했어.... (중략)...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 그 아이를 보면서 느꼈어. 그래서 형, 난 앞으로도 열심히 살려고 해. 그리고 반드시 훌륭한 의사가 될 거야.   - 울지마 인턴, p127


『울지마 인턴』을 읽으면서 상처는 마주할수록 회복 속도도 빠르다는 말이 떠오른다. 동시에 환자들이 의사의 의료 행위를 통해 치료받는 것처럼 의사들 또한 환자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받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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