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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Mar 13. 2022

누군가에게 자양분이 된다는 것- 클라라와 태양



오랫동안 잊고 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에이아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이가 필요한 부모를 위해 생산된 로봇. 데이빗은 영원히 부모를 사랑하도록 조건화되어 있었다.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로봇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로봇에게도 새로운 갈망이 생긴다. 이런 의도되지 않은 과정이 영화 <에이아이>를 보는 내내 슬픔과 잔인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인간에게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인간을 단순하게 정의 내리기 힘든 것처럼 로봇에게 감정이 들어감으로써 로봇을 단순한 도구로써만 바라보기 힘들어졌다.


인간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진 로봇의 이야기 <클라라와 태양>(민음사, 2021).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다. 인공지능 로봇이면서 감정이 있는 로봇, 클라라는 인간 소녀 조시를 만나면서 특별한 삶이 이어진다. 사람의 아이 조시와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의 만남. 그것은 인간과 로봇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우리 누군가의 만남이기도 하다. 둘은 운명처럼 만났고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클라라의 주는 사랑이 시작된다. 잠시 조시의 마음에서 멀어진 것 같은 순간에도 클라라의 조시를 향한 관심과 사랑은 늘 변함이 없다.



사랑하는 소녀 조시를 위해 뭐든 하려는 클라라. “내가 뭘 포기해야 했었는데, 그건 괜찮아요. 이제 우리한테 다시 희망이 생겼으니까요.”(p.346) 사랑하는 것은 책임과 희생이 따른다는 것도 프로그램화된 것일까? 클라라는 조시를 살리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찾아 나선다.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중한 용액을 잃는 건 아무렇지 않아요. 해가 조시에게 특별한 도움을 주기만 한다면 더 내줄 수도, 전부다 내놓을 수도 있어요.”(p.396) 조건 없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클라라에게서 배운다.


클라라에게 태양은 희망이며 신적인 존재다. 신앙이고 믿음이며 자양분이다. “딱 적당한 시각에 그 자리에 가면 해가 우리 빌딩이 있는 쪽에서 RPO 빌딩이 있는 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해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 운 좋은 날이면 나는 얼굴을 내밀어 해가 주는 자양분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 했다.”(p.12) 해가 주는 자양분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태양이 그리는 그림에 민감하고 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채듯, 클라라는 조시의 말과 태도 표정에서도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알아챈다. 관심은 사랑이라는 말이 클라라를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자신에게 자양분을 제공해 주는 태양을 향해 기도한다. 사랑하는 조시의 생명에 자양분이 되어주기를.


마치 예정된 결말이 있기라도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행간마다 슬픔이 읽혀졌다.  인간 소녀 조시를 위한 클라라의 사랑과 헌신이 아름답기도 하면서 동시에 슬프다. 그것은 어쩌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클라라에게 영혼을 부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p.442)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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