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돋아나는 잡초를 뽑아주기 위해
호미 챙겨 들고 마당에 나왔다
이리 살피고 저리 재 봐도
줄기는 줄기일 뿐
꽃인지 잡초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하나하나 풀잎마다 제 궤도에서
흙더미를 들어 올리고 있다
작은 풀을 일일이 쓸어 만져본다
여기서 꽃이 필까 얼마나 자랄까
봄의 기술적 원리는 거의 동일하다
뿌리에서 치밀어 올라와
연쇄적으로 트이는 게 한철 봄꽃이다
내가 뿌린 씨앗만 남기고
모두 뽑아낼 수는 없는 일
줄기가 적정 높이에 무사히 진입하면
꽃 터지는 일만 남는다고
그때를 상상해본다
꽃을 쏘아 올릴 작은 풀들
펑펑 휘황찬란하게 드러날 색깔들
내 안이 대낮 같이 밝았다
* 봄이 오니 마당에는 여기저기 잡초들이 먼저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작년에 심고 씨 뿌린 풀꽃들에서 떨어진 씨앗에서 싹이 나올 테지만
풀이 너무 무성하면 씨앗에서 싹이 늦게 올라온다.
햇볕을 잘 받지 못하면 싹이 올라와도 야리야리하게 위로만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잡초를 뽑아줘야 했다.
하지만 막 올라오는 싹이 어느 게 뽑아주어야 할 잡초이고 내 손에서 뿌려진 씨앗의 싹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씨앗의 싹만 남기고 나머지 다 뽑아낼 수도 없었다.
사실 저절로 자라난 들풀이 피워낸 꽃들도 얼마나 예쁜데.
사람이 심어 가꾸는 풀만 남기고 다 뽑아주려던 내 결심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