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자고 한다 갈 데도 없는데
막다른 길에서 멈추고 만다
새 한 마리 붉으락푸르락 날갯짓하다가
이내 허공을 내차고 벽 너머로 나간다
저기 길 끝이 보이는데
거기서 새로운 길이 이어질 리도 없는데
차라리 돌아가자는데
앞으로만 가자고 한다
너는 뒤라는 말을 모른다
앞장서는 것은 안다
머리 위로 새가 다시 날아와 빙빙 도는데
나는 알아도 모른 척 입을 닫고 있다
자정을 넘긴 밤,
방향 잃은 그림자 둘이
으슥한 길에서 옥신각신 중이다.
*늘 우리는 옥신각신 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