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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May 12. 2022

제주바다


제주바다


       

섬 하나가 구멍에서 솟았다 

그 안에서 크기도 모양도 까마득한

구멍들이 모여 살았다  

   

큰 구멍이 작은 구멍을 메웠는지

작은 구멍이 큰 구멍을 삼켰는지 


작은 구멍에는 별들이 잠을 자고 

큰 구멍에는 달 하나가 담겼다

구멍과 구멍 사이로 

가끔씩 구름이 끼어들었다


허리 구부린 사람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구멍은 그 사람의 구멍이 되어 무언가가 되었다 

귀를 대어보면 웃음소리가 쓸려나오고

그리운 몇몇이 그 안에서 고개를 돌렸다  

   

바위들은 구멍에 저마다의 것을 담아놓았다

언젠가 바다가 꺼내갈 걸 알면서도

멀리멀리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갈 걸 알면서도 

구멍은 구멍을 돌봤다


바다가 그 많은 구멍을 가지게 된 것은

한때 구멍이 바다를 놓아주었기 때문이다

     

포말은 구멍의 흔적이면서 그 흩어진 구멍의 이야기다


구름에 부처손이 다닥다닥 붙었다

나뭇가지 가득 고둥이 출렁였다    

 

구멍에서 풀려나온 수평선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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