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늦가을이 부친 편지가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차마 뜯어보지 못한 마음입니다
물속에서 겹쳐진 나뭇잎에도
잎맥마다 필체가 빼곡합니다
넌지시 들여다보는 낮달은 소인(消印)입니다
우편낭 같은 구름이 부려놓는 오후,
나도 수취인불명이었다는 걸 알아갑니다
힘겹게 오르던 언덕도 어른이 되어보면 평지이듯
어리숙한 내게도 사나흘의 기다림이 필요했던 걸까요
떨어지는 모든 것들이 편지였습니다
마당에도 못에도 쌓여가는 사연입니다
나뭇잎 대신 가지마다 별이 찍히고
철 지난 안부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화르르 타오르기 전에
밖으로 나가 봄을 마저 읽을까 합니다
*스토리코스모스 신인공모 당선작 3 (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