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화려한 유혹자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누구라도 멈춰 서게 만드는 열매가 있습니다. 바로 옥수수를 닮은 강렬한 붉은색의 천남성입니다. 숲체험을 할 때, 천남성은 설명하기가 참 조심스러운 식물이기도 합니다. 예쁜 겉모습과 달리, 함부로 만지거나 먹으면 안 되는 독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얘들아, 이것 봐. 뭐처럼 생겼니?”
나뭇가지로 열매를 가리키자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합니다.
“와! 옥수수 같아요!”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그렇지?”
알알이 박힌 커다란 열매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숲에서 하나씩 따 먹던 앙증맞은 열매들에 비하면, 천남성은 훨씬 크고 탐스러워 보이거든요. 하지만 나는 곧바로 목소리를 낮춰 주의를 줍니다.
“그런데 이 열매는 절대 먹으면 안 돼. 독이 있어서 아주 위험해질 수 있거든.”
“선생님, 먹으면 죽어요?”
“그럴 수도 있어. 아주 오래전에는 이 식물에 든 독을 사람을 벌주는데 쓰기도 했대.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옥수수 같다.”
며 입맛을 다시던 아이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칩니다. 천남성은 이제 단순히 예쁜 열매가 아니라, 함부로 다가가서는 안 되는 숲의 엄격한 규칙처럼 느껴집니다.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고 해서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아이들은 알아갑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독이 있는 식물을 단순히 ‘나쁜 것’으로만 기억하길 원치 않습니다.
“그러면 독이 있다고 해서, 이 식물을 모두 없애버려야 할까?”
“아니오.”
“맞아. 우리에겐 독이지만, 까마귀 같은 다른 동물들에겐 소중한 먹이가 되기도 해. 숲 속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거든.”
아이들과 이 식물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우리만의 이름을 지어보기로 했습니다. 마법 주문 같은 이름들이 쏟아져 나오던 중 한 아이가 외칩니다.
“독수수요! 옥수수 같이 생겼잖아요!"
“독수수? 좋다! 이제부터 우리끼리는 ‘독수수’라고 부르는 거야.”
그날 이후, 숲에서 이 열매를 만날 때마다 아이들은
“선생님! 독수수다!”
하고 외치며 반가워하면서도, 스스로 한 발짝 물러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어린이집 선생님도 궁금했는지 슬며시 나에게 묻습니다.
“선생님. 이 풀 진짜 이름은 뭐예요?”
“얘는 성이 ‘천’ 씨예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고요. 그래서 이름이 ‘천남성’이랍니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설명에도 선생님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못하겠다며 깔깔 웃습니다.
화려한 유혹 뒤에 숨겨진 숲의 경고.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이들의 약속. 천남성은 그렇게 우리 숲의 ‘독수수’가 되어 되어, 조심해야 하지만 마구 없애서도 안 되는 소중한 존재로 아이들에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