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막살나무

숲이 숨겨둔 빨간 도시락

by 춤추는나뭇가지


“오늘은 또 어떤 맛있는 열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지?”

이미 꾸지뽕나무 열매마저 까마귀에게 양보하고 빈손이 된 숲이지만, 내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눈은 다시 기대감으로 반짝입니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막살나무 앞에 멈춰 섰습니다.

나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가,

“짜잔!”

하고 몸을 비키자, 보석처럼 빨갛고 투명한 가막살나무 열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이들은 맛을 보기도 전에 예쁜 색깔에 반해 벌써 손부터 내밉니다.

“잠깐! 열매를 다 따버리면 안 돼요. 딱 한 알씩만 맛을 볼 거야. 자, 손을 모아 보세요.”

아이들은 작고 소중한 보물을 받듯 조심스럽게 두 손을 모읍니다. 아이들 손바닥 위로 빨간 열매를 한 알씩 올려줍니다.

“자, 선생님이 ‘시작!’ 하면 다 같이 먹어보는 거야. 그리고 어떤 맛인지 표정으로만 말해보기예요. 엄청 쓰면 ‘윽! 하는 표정, 시면 ’ 아이 셔!‘ 하는 표정!”

“시작!”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이 열매를 입에 쏙 넣습니다. 여기저기서 이상한 신음 소리가 나고, 얼굴이 하나둘 일그러집니다. 대부분은 입안에 신물이 고이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 시다 ‘는 걸 온몸으로 말합니다. 그때 내가 슬쩍 한마디 던집니다.

“어라? 이거 마이쭈 맛 아이야?”

그러면 아이들은 금세 맞장구를 칩니다.

. “맞아요! 진짜 마이쭈 맛이랑 똑같아요! 선생님, 마이쭈 또 주세요!”

“딱 하나씩만 먹기로 했잖아. 우리가 이 열매를 다 따 먹어버리면, 추운 겨울에 새들이 먹을 게 없거든. 이건 겨울새들의 소중한 밥이란다.”

한 아이가 궁금한 듯 묻습니다.

“선생님, 이 열매 이름은 뭐예요?”

이때가 바로 나무의 이름을 알려줄 좋은 기회입니다.

“까마귀가 먹는 쌀”이라고 부르다가, 가막살나무라는 이름이 되었대. “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묻습니다.

“까마귀가 꾸지뽕 열매도 다 먹어버렸잖아요! 그런데 이 열매도 까마귀가 다 먹어요?”

아이의 엉뚱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지고 맙니다.

“까마귀만 먹는 건 아니야, 추운 겨울, 산속 친구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비상식량이거든.”

그러자 아이가 기발한 대답을 들려줍니다.

“아, 숲은 새들에게 도시락을 숨겨두나 봐요.”

아이의 말처럼 숲은 보물 같은 도시락을 곳곳에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 도시락을 함께 찾아내는 이 시간,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빨간 가막살나무 열매처럼 작고 예쁜 사랑이 열리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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