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로 말해요
붉은오름 유아숲에는 꾸지뽕나무 몇 그루가 살고 있습니다. 숲에 올 때마다 아이들은 이 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꼭 행사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낮게 드리워진 가지에 날카로운 돋아난 가시에 찔릴까 봐, 나는 아이들에게 장난스럽게 말하곤 합니다.
“자, 허리 숙이세요! 착한 사람만 찔리지 않고 이 나무 아래를 지날 수 있답니다.”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는 나를 따라 아이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구부정한 모습으로 엉금엉금 가지 아래를 통과합니다.
아직은 연두색인, 뇌 모양을 닮은 울퉁불퉁한 열매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합니다.
“선생님 먹어보고 싶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가을이 되어 주황색으로 변하면 그때 맛볼 수 있어.”
아이들은 빨리 가을이 오기를 바라며 아쉬워합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어린 가지가 변해서 생긴 뾰족한 가시를 가리키며 묻습니다.
“나무에 왜 이렇게 무서운 가시가 있어요?”
“응, 나무도 말을 하는 거야. 우리는 입으로 ‘싫어!’라고 말하지만, 나무는 가시로 말하거든. 나에게 너무 가까이 오지 마! 하고 말이야. 안 그러면 동물들이 맛있는 잎을 다 따먹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스스로를 지키는 거지.‘
나무에게도 자기만의 ’ 언어‘가 있다는 말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입니다. 아이들은 이제 가시를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나무의 소중한 목소리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10월. 멀리서도 주황색 꾸지뽕 열매가 눈에 띕니다. 꾸지뽕나무 아래를 지나며 내가 먼저 소개할 틈도 없이 아이들이 외칩니다.
”선생님, 이제 주황색이에요! 먹어봐도 돼요? “
그중에서 잘 익은 것 같은 열매 하나를 또 따자, 하얀 진액이 배어 나옵니다.
”선생님, 나무에서 우유가 나와요! “
아이의 귀여운 소리에 곁에 있던 선생님들도 깔깔 웃음이 터집니다. 조금씩 나누어 맛을 봅니다. 어떤 아이는 맛있다며 더 달라고 조르고, 어떤 아이는 입에 맞지 않는지 퉤! 하고 뱉어버리기도 합니다.
”다음 달에 오면 더 말랑말랑하고 달콤해질 거야. 그때 다시 먹어보자. “
하지만 한 달 뒤, 우리는 꾸지뽕 열매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숲의 주인인 까마귀들이 그 달콤한 맛을 먼저 알아채고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웠기 때문입니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말해줍니다. 숲은 우리에게만 선물을 주는 곳이 아니라, 숲 속 친구들과도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 커다란 식탁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