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웃음이 열려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산뽕나무는 작고 까만 ‘오디’를 주렁주렁 매달기 시작합니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우리에게 맛있는 간식을 내어주는 고마운 나무지요.
7월의 어느 날, 아이들과 산뽕나무 아래 모였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을 받으며 오디를 찾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풍경입니다. 키가 작은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들은 손이 닿지 않자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모으고 외칩니다.
“선생님, 저도 주세요!”
아이들의 손바닥에 까만 오디를 한 알, 두 알 넣어주기 바쁩니다. 어느새 아이들의 손과 입술은 보라색으로 물듭니다.
“자, 아 해볼까?”
내 말에 아이들이 보라색 혀를 날름 내밉니다. 서로의 혀를 바라보며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옷에 얼룩이 지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손에 묻은 보라색 즙을 보여주며
“선생님, 피나요!”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연지곤지 찍듯 얼굴에 보라색 칠을 하며 마냥 행복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한 참 오디를 먹고 난 뒤에는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종이에 그림을 그립니다. 어른 눈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선들의 집합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소중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입니다. 그렇게 실컷 놀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은 알록달록 숲의 물감으로 훈장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한 달 뒤, 숲에 온 아이들이 내게 묻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뭐 먹을 거 없어요?”
이제 아이들에게 숲은 단순히 ‘나무가 많은 곳’이 아닙니다. 나에게 맛있는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다정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무 대가 없이 열매를 내어주는 산뽕나무 덕분에, 나 또한 아이들에게 그런 다정한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숲이 우리에게 귀한 먹거리를 내어주듯, 나도 아이들의 마음을 크게 키워주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