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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Aug 17. 2020

슬픔이라는 감정

슬프다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슬픔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6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는 스스로 자신을 슬픔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난 사람이라고 했다. 


슬픔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지 아직 잘 모르겠다. 슬픔이 어떤 건지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당연한 것이다. 


언젠가 상담 시간에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고였을 때,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상담사가 나에게 어떤 감정인지 왜 울컥하는지 물었다. 얼른 대답을 못하자, 슬픔? 하고 그분이 다시 나에게 물었다.  


울컥하기는 했지만 슬픈 마음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가슴이 아프고 뭔가 변화가 보일 것 같은데 얼굴의 변화 외의 내 마음의 변화는 없었다. 가슴이 아프거나 한 것은 아닌데, 눈과 입 주변의 근육이 일그러지려 하는 그런 상태였을 뿐이다. 


이후에 그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나는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감정도 경험하면서 배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사랑이 어떤 것인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사랑의 감정을 경험해볼 기회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어떤 것인지 책에서 배운 것으로 아는 것과 오로지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나는 슬픔에 빠져 힘들어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마음 놓고 펑펑 울어본 기억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다지 떠오르는 게 없었다. 울고 싶은 적은 있어도 실컷 울어본 적이 없다. 늘 억누르고 참고 살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 줄 알았다. 


슬픔에서 벗어나긴 힘들어도 슬픔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있어야 한다.



몸은 슬프다고 말을 하고 있는데 가슴까지 전달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슬픔이 가슴에 전달이 안 되고 느끼지 못하면 그 자리에는 슬픔 대신 화와 분노가 자리 잡게 된다. 몸과 마음이 같이 움직이고 같은 변화가 일어날 때 건강한 감정을 지니게 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 


오랫동안 나는 내 감정을 숨기고 속이고 사느라 몸도 마음도 아프게 되었다. 그것이 어느 날 분노가 되어 내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쉽게 짜증을 내게 되었다. 


몽테뉴의 《수상록》 중  '슬픔에 관하여'라는 글에 보면 슬픔과 같은 격한 감정을 성숙하지 못한 해로운 감정이라고 하면서 이성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슬픔 자체가 해로운 감정은 아니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숨기며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해로운 감정이 되는 것이다.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할 수 있는 삶이 건강한 삶이다. 슬픈 상황에서 제대로 슬퍼할 수 있어야 한다. 실컷 슬퍼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숲 체험 교실을 하다가 넘어지거나 또 뭔가 제대로 상황이 안 풀려 우는 아이가 생길 때가 있다. 그때 아이에게 "울지 마, 울지 마, 괜찮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하면 더 크게 운다. 아무리 달래도 아이의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는다. 충분히 알아주고 관심 있게 바라봐 주고 있는데도 아이는 울음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억울한지 다 말하지 못한 것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처럼. 


 "아프지? 정말 많이 아프겠다. 힘들면 막 울어도 돼. 실컷 울어, 더 울어도 돼"라고 하면 아이는 얼마 오래가지 않아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 억울함이나 뭔가 다 말하지 못한 아쉬움 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고 정상적인 상태의 기분으로 쉽게 돌아간다. 


나는 슬퍼하고 아파하는 사람에게 울지 말라고, 이제 그만 울라고 말하지 않는다. 실컷 울고 싶어도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슬픈 상황인데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몽테뉴처럼 슬픔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는 힘들 수 있지만, 건강한 삶을 지속하려면 충분히 슬퍼할 수 있어야 한다. 슬프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가 더 이상 울음을 참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슬픔에 대한 사전적 의미



슬픔 : 안 좋은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 정서

          혹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볼 때 아파하는 마음. 기쁨과  반대되는 감정

비통 :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슬플 때 우리 몸의 변화 : 얼굴 근육이 찌그러지며 호흡이 불규칙해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슬픔이라는 감정과 함께 오는 것들 : 억울함, 무기력, 외로움, 고통, 가슴 통증, 눈물, 울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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