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마르티네즈 루이, 『왜 그 사람은 자기밖에 모를까』를 읽고
중증 자기도취자의 특성
『왜 그 사람은 자기밖에 모를까』의 저자인 린다 마르티네즈 루이는 미국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임상 심리치료 전문가다. 특히 자기도취형 인간의 심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논문, 칼럼, 인터뷰, 방송을 통한 발표와 상담 등을 많이 행했다. 현재 그 분야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중증 자기도취자라고도 불리는 이들의 특성은 자기밖에 모르고 늘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어야 한다고 믿는 데 있다.
이들은 진심으로 사람을 대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며, 타인에게 공감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은 늘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지만 다른 사람의 존재는 무시하는 사람들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위해서 헌신하는 존재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존재일 뿐이다.
이런 성격적 특성을 지닌 사람들 중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특히 주변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매너 있으면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친다. 어떤 특정 인물을 타깃으로 하기 전까지는 이 사람이 성격적 결함이 있는 사람인지,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인지 절대로 알 수없다. 특별한 관계가 되는 순간 중증 자기도취자의 희생자, 피해자가 되기 시작한다.
얼마 전 가족 살인으로 떠들썩했던 사건의 재판 결과가 나오면서, 학창 시절, 혹은 동료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인터뷰한 내용이 방송에 나왔다. 하나같이 구김 없는 모습이었고, 친절하고 밝고 활달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자 혹은 소시오패스들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는 항상 좋은 인상, 친절하고 매력저인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속이는 데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중증 자기도취자들은 자기가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파블로 피카소, 중증 자기도취자?
이 책에는 유명한 예술가나 사업가들 중에 중증 자기도취자였던 사람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그중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다. 너무나 유명한 천재화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피카소 자신을 제외한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상처투성이로 남았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지닌 재능의 빛과 함께, 피카소는 감정적 유기와 만성적인 거짓말, 가학적 성애, 심리적 냉담함, 강철 같은 복수의 형태로 타인을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암흑의 상태로 밀어 넣었다."(P26)
자신의 뛰어난 예술성과 위대함을 실현시키기 위해 스페인의 부모와 친구들을 떠나 파리로 가기 전 「요 레이-내가 왕이다」라는 글을 새긴 자화상을 전시했다. 그가 얼마나 자신을 스스로 우월하게 여기고 반신半神적인 존재라 믿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에도 에고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9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에게는 친구들은 물론 많은 여인이 피카소의 그림에 영향을 미쳤다. 첫 번째 부인이었던 러시아의 발레리나 올가는 피카소의 그림에 안정적인 질서를 가져다주었다. 피카소의 임종을 지켜보았던 부인 자크린은 '화가와 모델'연작의 중심이 되었다. 그의 연인들이 바뀔 때마다 그의 화풍도 변했다.
정식 결혼으로 맺어진 올가와 자크린 그리고 네 명의 자식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불행했다. 연인이었던 프랑수아즈 질르는 피카소가 중증 자기도취자임을 알아챘다. 스스로 먼저 피카소와 관계를 끊고 상처로부터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이다.
연인 프랑수와즈가 피카소를 만날 당시 그녀의 나이는 21세였다. 피카소는 61세였으니 나이 차이도 대단했다. 부인이 있었지만 피카소는 질르와 함께 살았다. 함께 하면서 질르는 피카소가 결코 그냥 재능이 뛰어나기만 한 역동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타인에게 공감할 수 없고, 강박적이고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가학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결코 그를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마리나(피카소의 손녀)의 아버지 피카소는 그의 아버지인 피카소로부터 평생을 무가치한 실패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피카소의 손녀인 마리나 피카소는 할아버지에 대해 "우리 가족 중 누구도 이 천재의 목 조르기로부터 탈출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피카소는 마리나와 그녀의 동생인 파블리토의 어머니인 에밀리엔을 유혹하려 했다. 에밀리엔은 그런 파블로에게 사로잡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결국 파블리토는 표백제를 마시고 자살을 했으며 살아남은 마리나는 할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며 불행하게 지냈다. 나중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애정결핍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부 이겨내기도 했다.
피카소는 자신의 예술적인 재능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20세기의 미술을 지배했다. 현대 미술의 역사를 바꾸었다. 그러나 그의 삶 속에서 그의 주변의 여인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며 자신이 낳은 자식들도 버렸다. 그는 오로지 세상으로부터 관심과 이목, 찬사를 원했다.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게임으로 여겼다. 피카소의 자화상을 보면 중증 자기도취자의 가면 아래 숨겨진 그의 내면을 볼 수 있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
자기애성 성격장애 진단이 내려질 정도로 병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의 일부를 나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현실을 인식하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타인과의 소통은 잘 되고 있는지 살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가끔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지적질을 한다거나 가르치려 하는 마음이 먼저 일어나려 할 때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고 질주를 멈추게 된다.
내 아이들에게 내가 원하는 삶을 강요하거나 주입시키려고 하는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아이들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면 된다.
너는 어떤 직업을 가져라. 어떤 집에서 살아라, 어떤 것을 공부하라고 말하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더 많은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쳐줄 수는 없다. 그러나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대해 배우면서 우리가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가진 요소나 특성을 닮지 않을 수 있다. 또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더 이상 피해자로 살아가지 말고 과감하게 떠나야 한다.
" '그것은 얼어붙은 분노와 태고의 공포를 지닌 얼굴이었다....... 그가 그려낸 것은 공포였다. 그를 분노하게 한 것은 그 자신의 분노였다. 그는 계속해서 분노의 원인을 제공했다.' 흠모와 명성, 재능 아래에는 절망하는 광인의 왜곡되고 비참한 얼굴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P 32)
"자기도취적 성격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항상 일방적이다. 그는 말하고, 당신은 듣는다. 거기에는 진정한 의사소통, 생각이 나 감정의 교감이 없다. (중략) 자기도취자는 자기 자신과 자신이 성취한 것, 자신에 대한 찬사를 멈추지 않는 물결처럼 뱉어낸다." (P49)
"공감하는 엄마는 아기 앞에서 자신을 내세우거나, 아기에게 그의 것이 아닌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만의 자아를 가진 아기를 사랑할 뿐이다."(P115)
"진정한 공감은 다른 사람에게 깊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일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낮춰진 자아에서 비롯된다."(P139)
"공감은 자식의 요구에 부모가 애정 어린 반응을 보이는 관계를 통해 발전한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는 타인을 공감하며 대할 수 있다. 공감은 엄마와 아빠가 아기를 처음 안는 순간 시작된다." (P140)
"자유롭게 울고, 마음을 다해 웃고, 타당하게 화를 낼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인생을 완전하게 사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인간성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이 자신에 대해 갖는 인식이나 판단에 좌우되어 움츠러들지 않는다. 그의 감정은 명쾌하다. 그들은 부끄럽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마음껏 드러낸다."(P184)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성공을 즐기지만 그것을 중요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에고와 특권의식의 과도한 짐을 벗어던지고 온전하게 인생을 살아간다."(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