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꾸벅, 시도를 시도, 악질....
벌써 개발자로 일한 지 햇수로 5년 정도, 이제는 어느덧 6년 차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여러 회사를 거치며 개발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서 추임새나 의성어 같은 걸 자연스럽게 섞어 쓰게 되었더라고요.
생각보다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재미도 있고, 주변에서도 꽤 좋아해 주셔서 지금까지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 말투가 동료들에게 전염(?)되는 현상도 생기고 있어서, 이참에 한 번 기록으로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실제 사용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어서 예시 위주로 정리를 시도해보았습니다.
혹시 비슷한 말투에 관심 있으시거나,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으신 개발자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쯤 참고를 시도를 시도해보셔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꾸벅꾸벅
‘꾸벅’, ‘꾸벅꾸벅’이라는 말 자체를 글로 쓰는 경우는 꽤 있지만, 이걸 직접 말하는 분은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인사하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마움을 표현할 때 등 웬만한 상황에서 범용성 있게 사용 가능합니다.
과장님, 이거 처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꾸벅꾸벅}
과장님, 정말 {꾸벅, 꾸벅꾸벅}입니다! (명사처럼 사용)
넵, 팀장님 처리했습니다. {꾸벅, 꾸벅꾸벅}
오늘은 지쳤으니 치킨을 꾸벅해야겠다. (명사처럼 사용)
재미로 쓰는 말: 꾸벅따리 꾸벅따 (이전 회사 동료분이 만들어주심)
처음에 좀 재미있는 의성어를 써보고 싶어서, 문이 열릴 때 “끼익~” 소리를 입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무난하고 범용성 있는 의성어를 찾다가, 글 쓸 때 ‘꾸벅’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걸 보고 실제로 말해보니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지금은 주변 동료들도 제일 많이 같이 쓰는 의성어입니다.
먼저 '팔을 쭉 펴면서 따봉 제스처'가 뭔지 궁금하실 것 같아 캡처해봤습니다.
이 제스처랑 상당히 유사한데요. 저도 도파처럼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따봉을 날립니다. (근데 또 최근에는 아래에서 위로 올리면서 따봉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건 따로 정리를 시도해보겠습니다.)
도파의 팔을 보면 대략 150° 정도의 각도를 볼 수 있는데, 저는 그냥 쭉 펴기 때문에(즉 180°) 기호에 맞게 팔 각도를 조절해서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긍정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 칭찬하고 싶을 때 쓰시면 됩니다.
(가끔은 제스처 생략도 합니다)
과장님 나이스! 승진 정말 축하드립니다! (빙그레 웃고 팔을 쭉 펴며 따봉)
과장님, 정말 감사하고 감동입니다... 리스펙입니다. 꾸벅꾸벅 (따봉)
기분이 안 좋거나, 민감한 상황에서는 쓰지 않도록 합시다.
괜히 놀리는 느낌이 날 수도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를 좀 더 찰지게 표현한 버전입니다.
예아: 좀 신나거나 확신을 가질 때 (넵!)
에아: 흐물흐물하고 절제된 느낌 (네.)
내가 해주고 싶거나 쉬운 일일 때: {예아, 예아예아}!
좀 힘든 일일 때: {에아, 에아에아}... 시도를 시도해볼게. 꾸벅
구내식당 메뉴가 맘에 들 때: {예아}! 가보자고!
맘에 안 들 때: {에아에아}... 오늘은 그냥 밖에서 먹을까?
예전에 <꽃보다 남자> 에서 프린스 송이 예아~ 하는 영상이 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다시 접하게 됐는데, 너무 찰져서 안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요즘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이 말을 좀 쓰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는 말투입니다.
"ㅇㅇ 하겠습니다" → "ㅇㅇ을 시도해보겠습니다" → "ㅇㅇ을 시도를 시도해보겠습니다"
즉, 불확실하지만 해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입니다.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
"시도" = 성공 확률 90%
"시도를 시도" = 확률 70% 이하
일 때 주로 사용합니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시도해보겠습니다. 꾸벅
어엇... 그럼 시도를 시도해보겠습니다... 꾸벅
시도라는 말 자체가 불확실함을 내포하기 때문에, 발표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하겠습니다”로 말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으로 부담이 큰 업무를 맡았을 때 “하겠습니다”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살짝 희석해보려고 썼는데, 지금까지도 자주 쓰고 있습니다. 크흠...
화가 나거나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쓰는 말입니다.
사람보다는 상황/물건에 쓰는 걸 추천합니다.
친구네 회사에서 장기자랑을 하라고 했을 때: 와 진짜 개악질 회사네..
정수기에서 물이 안 나올 때: 아 진짜 악질 정수기네..
‘개’ 접두어는 공식 자리나 높으신 분 앞에서는 자제하는 걸 추천합니다.
‘악질’도 뉴스에선 범죄자에게 쓰이는 경우가 많아 사람에게 쓰면 오해받을 수 있어요.
이상으로 제가 회사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말투와 의성어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단순한 표현 하나가 팀 분위기를 바꾸기도 하고,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하더라고요.
이 글이 여러분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작은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