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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이야기3

결국은 사랑

by 꾸도키

중앙대학교 게임과몰입 힐링센터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된 컴퓨터 게임은 제가 통제하면 할수록 그 몰입도가 깊어졌습니다. 'REAL WANT' 개념을 알려주신 샘글로 선생님께서 중앙대학교 '게임과몰입 힐링센터'를 소개해주셨죠. 연차 개수가 모질랐지만 아이를 위해 반차, 연차를 쓰며 중앙대학교에 한 달에 몇 번씩 출근을 했습니다. 덕분에 아이의 적성검사와 뇌파 검사 등 많은 프로그램들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무료로 진행해주고 있었지요. 검사 후 한 달에 한번씩 아이와 의사선생님의 면담이 있습니다. 게임 중독 상태가 심하면 약물 치료로 시작하고 더 심해지면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그 당시,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것도 또 하나의 해프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병원에 입원했다면 아이는 지금보다 더 건강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컴퓨터,불에 타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 애들한테 화를 내시나요? 큰소리로 혼낼 때도 있으세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는 내가 이중인격자인가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컴퓨터로 매일 싸우니 싫었던 남편 응삼씨는 제안합니다. 이번에 약속을 안 지키면 패널티로 컴퓨터를 회사에 가지고 갔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요. 그동안 인터넷 라인도 회사에 가지고 가보았지만 아이는 어떻게든 비슷한 라인을 구해서 게임을 하고 말더군요. 그런데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남편 회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불이 났습니다. 남편은 그 당시 저에게 전화로 말했습니다. " 여보, 걱정하지마. 우리 회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야." 그런데, 불은 정말 무섭습니다. 바람과 함께 재가 넘어오기 시작하더니 남편 회사 지붕을 다 녹여버립니다. 그리고 그때 가지고 갔던 아이의 컴퓨터가 전소되었습니다. 공을 들여 초고급 사양으로 맞추었던 컴퓨터는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큰 당근

중앙대학교 의사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 이런 아이는 코딩을 가르쳐야 되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공간지각능력이 월등히 높습니다." 이 순간, 남편의 눈은 태양처럼 커졌습니다. 그때부터 코딩 학원과 코딩 관련 고등학교를 엄청 찾아보았죠. 그 당시, 저는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던지라, 모든 것은 남편이 진행했었습니다.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동생 이모와 함께 어벤져스팀을 결성했습니다. 일명 안산에 있는 IT 특성화고등학교 디미고 입학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아이에게 큰 당근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중간고사때 목표 점수를 이루면 용산에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목표 점수를 이루었고 최고급 컴퓨터도 다시 집으로 입양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한 게 있습니다.


백만원

특성화고에 입학하기 위해서 안산에 있는 코딩학원을 등록했습니다. 매달 백만원의 수업료였지만, 미래를 위해서 아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빡빡한 학원 스케줄과 과제들을 이길 내면의 힘이 부족했습니다. 아빠가 좋다고 해서 하긴 하지만, 그 힘듦을 이겨낼 명목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1월 중순, 친구들과 함께 포경 수술을 하면서 쉴 때, 아이는 다시 게임의 세계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다 기억합니다. 그때 실패했던 감정, 엄마 아빠에 대한 미안함, 자기 자신에 대해 좌절감, 두려움, 절망감. 이럴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가만히 안아주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주는 것, 집을 행복한 천국으로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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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하는 것.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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