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문제로 갔는데 내가 빠지다
줌 유료 코칭 수업도 받아보고, 아이와 감정 카드를 서로 내밀며 소통의 방법을 늘려갔습니다. 육아 서적을 읽으며 수없이 눈물을 흘리고 깨달음을 얻기도 했지만, 아이의 무기력은 오히려 점점 깊어지는 듯했습니다.
“10년 뒤에 하고 싶은 게 뭐야?” 하고 물으면 아이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방에서 게임만 하면서, 알바하면서 지내고 싶어.”
그 말 속에서 아이는 자기 20대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살았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무기력한 걸까.
평일 어느 저녁, 저는 거실에서 회사 이메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네이버 블로그 창을 열었고, 그곳에서 ‘무료 줌 수업’이란 글을 발견했습니다. 저 역시 무기력함이 극에 달했을 때라 줌 수업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글 속의 한 문장에 홀린 듯 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수능 7등급 문제아는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는가?”
아이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려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은 시큰둥하게 앉아 있었지만, 제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눈빛이 반짝이며 살아나는 걸 스스로 느꼈습니다. 저는 바로 퇴근 중이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이거 꼭 들어봐. 진짜 대단한 것 같아!”
남편, 응삼 씨는 짧게 말했습니다.
“와, 대단한 분이네.”
그런데, 강연 마지막 즈음에, 그룹을 모집한다고 합니다. 한 달동안 도전하는 프로젝트인데 금액이 저에게는 꽤 큰 금액이었습니다. 아이들 학원비는 아끼지 않고 지불하면서도 막상 내가 무언가를 위해서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응삼씨는 그 당시에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허리띠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응삼씨에게 얘기했습니다.
"여보, 나 이거 할래. 한번 해볼래."
응삼씨는 저의 무기력과 힘듦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답합니다.
" 어, 그럼! 뭐든지 해봐. 꼭 해봐. 당신, 잘 할거야."
아, 정말 이 F는 매일 글을 쓸때마다 눈물을 훔치니, 참..
그렇게 저는 큰아이를 위해 시작한 수업에서, 오히려 ‘나만의 수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굳이 프로젝트’.
그땐 몰랐습니다. 그저 ‘도전’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강하게 끌렸을 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어지는 줌 모임에서, 각자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았습니다. 제가 늘 꺼내놓던 화두는 ‘퇴사’였지요.
그런데 변화는 전혀 다른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저를 짓눌렀던 무기력이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저는 번아웃이라는 단어조차 잊고 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