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는 말은 늘 쉬웠다.
진짜 어려운 건,
떠나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이었다.
회사도 그만뒀고,
일정도 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머물러야 한다’는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나를 더 불편하게 했다.
생각보다 오래 고민했다.
진짜로 제주에 가도 괜찮을까.
지금 이게 현실 도피는 아닐까.
돌아왔을 때,
나는 더 공허해지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었고,
또 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물어도
그 대답은 제주에 가봐야만 들릴 것 같았다.
결국 편도 비행기 표를 끊었다.
생각보다 싸지도 않았고,
날씨도 흐릴 예정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평온했다.
짐을 싸면서도
무얼 챙겨야 할지 잘 몰랐다.
옷을 몇 벌 접고,
이어폰과 책을 넣고,
그 위에 조용히 다짐 하나를 얹었다.
‘이번에는, 나부터 챙겨보자.’
거울 앞에 섰다.
살짝 마른 얼굴,
익숙하지만 낯선 표정.
회사 다닐 때보다 조금 말라 보였고
눈빛은 어딘가 고요했다.
“혼자 가는 거, 무섭진 않아?”
작게 중얼거렸다.
근데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어쩌면,
무서움보다 혼자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단지 조용히,
조금 비워진 마음 하나 들고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누군가의 위로도,
누군가의 걱정도 없이
내가 나에게 묻고,
내가 나에게 답할 수 있는 시간을
오롯이 가져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 번쯤은 혼자가 되어보고 싶었다.
누구의 딸도,
누구의 동료도,
누구의 책임도 아닌
그냥 나로만 존재하는 시간.
그게 지금
내가 가장 간절히 원했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