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by Kkuek

2장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첫 아침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알람 없이 눈을 떴고,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한참을 천장을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운 것도, 후련한 것도 아니었다.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
그게 정확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지금 이 시간이 자유인지, 공허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갔다.

나란 사람은 어떤 걸 잘하지?
회사 말고, 보고서 말고, 회의 말고…
도대체 나는 뭘 할 수 있지?

생각이 많아질수록
나는 작아졌다.


이력서를 열었다가 닫았다.
커리어 사이트를 들어갔다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마음,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누군가에게 뒤처질까 봐
어디론가 달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몰랐다.


책을 폈다.
글을 쓰려고 했다.
자기계발서, 창업 아이템, 여행 정보, 브런치 글쓰기 강의…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게 더 무서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하루 종일 핸드폰만 보던 날,
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었다.
회사 다닐 때보다 더 피곤해 보였고,
눈동자는 마치 길을 잃은 사람 같았다.

나는 자유를 얻었지만
자유롭게 사는 법을 몰랐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알람도 맞추지 않고,
의미도, 생산성도, 목표도 없이
그냥 하루를 흘려보기로 했다.

처음엔 자책감이 따라왔다.
“지금 이래도 되는 걸까?”
“시간 낭비하고 있는 거 아냐?”

근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날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덜 아팠다.


퇴사 후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느렸다.
그 느림은 나를 불안하게 했지만,
조금씩 나를 다독이기도 했다.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껏 너무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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