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그 후엔
뭐든 너무 애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애쓰면 쌓이고 결국 번뇌는 내가 감당해야 하기에.
성격 탓인지 인간관계는 내게 매우 많은 에너지와 감정을 소모하게 한다. 새로 맺는 관계는 항상 너나 할 것 없이 적당히만 유지하자는 무언의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 선을 지키지 못하고 더 많이 마음을 주는 쪽이 왜인지 상처받기도 한다. 과한 웃음은 의심을 샀고 이유 없는 호의는 무게라도 있는 듯이 베푼 만큼 돌아왔다. 이런 식의 소모를 자주 느끼고 나서 어차피 마음을 다 내어주지 않을 사람들끼리 외롭지 않기 위해 함께하는 행위가 굳이 왜 필요한가 생각하게 됐다.
얼마 전 지인과 같이 신나게 맥주를 마시다가 한 동생이 “누나 이거 마실래요?” 하며 가방에서 딸기우유를 꺼냈다. 아무 생각 없이 “아니야 너 마시려고 산 건데 너 마셔” 하고 옥신각신하다 술자리가 끝나고 “누나 이거 두고 갈 테니까 아침에 마셔요” 라며 결국은 두고 갔다. 다음 날 아침 달달한 딸기우유를 마시며 숙취를 달래는데 문득 고작 이 딸기우유가 뭐라고 주는 사람 민망하게 그렇게 사양했나 괜히 미안해졌다.
언제부턴가 행여 저 사람이 고요한 내 마음에 들어와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하고 휘두를까 봐 스스로 고독을 자처했던 것 같다. 혼자에는 익숙해졌지만 얄궂게도 외로움은 있다가 없고, 왔다가 가는 그런 게 아니었다. 공기처럼 늘 존재했다.
해외에 살아서 좋은 점으로 외로움에 대해 당연한 핑계를 댈 수 있는 것을 포함시켰다. 물리적으로 같이 있어도 공감받지 못하면 오히려 더 외로운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너무 오만한 것이 아닐까. 갑자기 외로움이 삽시간에 증폭되어 나를 잡아 삼키진 않을까. 이 어딘가 모를 헛헛함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을 때 그때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린이_작은 피카소 이두열. 두 살 때 자폐 판정을 받고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